도둑질만 30년…"딱 하룻밤 재워줘" 호의 베푼 집 털어간 女

입력 2024-10-18 23:01   수정 2024-10-18 23:20


고령의 피해자들에 접근해 절도 행각을 벌인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씨(53·여)와 검사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여러 피해자를 대상으로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기간 그가 훔친 물품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1231만원에 달한다.

A씨는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일례로 한 피해자에게 “여기 앞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다. 언니가 문을 잠그고 가는 바람에 하룻밤만 신세를 지고 싶다”며 피해자 집 문을 두드렸다. 이에 대부분 고령인 피해자들은 A 씨에게 새벽바람을 피할 곳을 제공해 줬다.

A씨는 피해자 집 안 곳곳을 살펴보며 훔쳐 갈 현금의 위치와 물건의 희소성 등을 파악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하룻밤을 자고 난 뒤 피해자에게 “내 집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먼저 밖으로 나가게 한 뒤 눈여겨본 물건 등을 훔쳤다.

A씨는 피해자와 함께 걸어가다가 “먹을 걸 사 오겠다”고 속인 뒤 줄행랑치기도 했다.

그는 다른 70~80대 피해자들에게도 “새벽기도에 따라가겠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김치를 많이 보내줘 어려운 노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사 결과 A씨는 동종전과가 많은 인물로 경찰의 출석 요청을 받고도 응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질렀다.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계획적이며, 특히 범행 대상 대부분이 범행에 취약한 고령층이란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준법의식이 미약해 30년 넘게 동종 유사 수법의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노력을 특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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