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방산 전시회를 통해 우리 군의 주력 탱크인 K2 '흑표'의 성능개량 모델이 공개됐다. 적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에 대비한 능동방어체계(APS) 시스템을 탑재한 게 가장 큰 특징인데, 이같은 시스템을 탑재한 K2 전차는 폴란드로 수출될 전망이다. K2 전차 생산국인 한국은 단 한 대도 APS 시스템을 갖춘 전차가 없어, 우리 군이 세계 무기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탑의 4면 모서리에는 각각 8각형 모양의 APS 레이더, 360도 전장 상황인식장치, 레이저 경보장치(LWS) 등이 설치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전장 상황인식 장치의 열화상 및 증강현실 카메라를 통해 내부 승무원이 360도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다"며 "APS 레이더는 적의 대전차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탐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탑의 좌우 양쪽 두 곳에는 요격탄을 날릴 수 있는하드킬 방식의 APS 시스템도 탑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전차에 APS 시스템 탑재는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는 평가다. 검은색 고무판으로 커버링 돼 있는 유탄 발사장치 뒤에는 성형작약 탄두를 가진 유탄 7발이 장착돼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재 유탄 발사 장치는 이스라엘 라파엘의 트로피 시스템과 같은 형태"라며 "해외 업체와 국산화를 위해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탑 상부에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설치돼 차량 외부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도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RCWS 앞에는 직사면체 구조의 '드론 재머'가 설치됐다. 드론 공격에 대한 대비책으로 설치된 이 재머는 날아드는 드론의 정상적인 기동을 방해, 추락시키도록 고안된 장비다.
다만 방산업계에선 현대로템의 폴란드 현지 발표 자료를 근거로 "오는 11월께 폴란드 군비청이 K2 2차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K2PL은 APS 시스템을 탑재해 적 드론과 미사일의 공격에 단단한 방어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우리 군이 쓰고 있는 K2 전차에 APS가 없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APS는 레이더가 전차 주변에서 전차를 향해 접근하는 고속 비행체를 탐지하면 곧바로 요격탄을 발사해 격추하는 개념이다. 적 대전차 무기의 조준을 방해하기 위해 각종 전파·적외선 신호를 방사하는 소프트킬(soft kill) 방식과 대전차 무기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hard kill) 방식으로 나뉜다. K2 성능개량형은 소프트킬 및 하드킬 모두를 적용한 최신 전차인 셈이다.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전차·장갑차 구매 계약 내역을 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APS를 기본 사양으로 요구했고 장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이 도입할 예정인 '레오파르트 2A8'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이 운용 중인 K2 전차는 '차기 개량형에서 APS 장착을 고려하겠다'는 말만 나올 뿐 단 한 대의 전차에도 APS가 없다. 우리 군은 K2전차 4차 양산을 위해 2028년까지 총사업비 약 1조9400억 원을 투입해 150여대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4차 양산에도 APS 시스템 장착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APS 시스템 장착 관련 망설이는 가장 큰 문제는 구매단가 상승이다.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K2 전차 개발 과정에서 이미 10여년 전 APS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높은 비용 문제로 도입을 무기한 보류했다. 국내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K2 수입국인 폴란드의 APS 시스템 장착이 한국보다 빠른 것은 아이러니"라며 "저출산 심화 속에 군인의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만큼, 한국군도 각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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