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동 한국카본 연구개발(R&D)센터는 외관이 주변 건물과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건물은 탄소섬유 보강재인 G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을 씨줄과 날줄을 엮어 겉을 장식했다.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한국카본 특유의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사용해 회사 상징을 건물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국카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상용화 한 기업이다. 낚싯대 재료인 카본 시트로 출발해 현재는 자동차, 항공, 조선, 건축, 레저 등 다양한 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방위 산업이다. 가볍고 단단한 특성 덕분에 드론과 같은 무인항공기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가 됐다. 조 회장은 “드론이 겉보기엔 알록달록 다양한 색이지만, 페인트를 벗겨보면 까만 카본이 드러난다”며 “국내에서 만드는 무인항공기의 파이프와 날개에는 전부 우리 회사 카본이 들어간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런 인연으로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회장까지 맡았다.
실이나 천 형태의 탄소섬유가 카본 자전거 프레임과 같은 첨단 복합소재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중간 재료가 필요하다. 한국카본은 기존 카본 중간재보다 더 얇으면서 강한 강도의 CUPF(탄소섬유직물)를 개발했다. 조 회장은 “일반 카본 중간재보다 더 얇으면서 강도는 강한 제품”이라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세상에 없던 실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CUPF는 최근 항공용 소재에 사용될 수 있도록 기술이 더 향상됐다. 한국카본은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와 CUPF를 무인기 등 항공 소재에 사용될 수 있도록 공동 개발했다. 탄소섬유 기반 항공 복합소재는 기체를 가볍게 만들어 무인기의 성능을 향상하는데 필요한 핵심소재다. CUPF 두께는 기존 카본 중간재 12분의 1(0.1㎜)에 불과하다. 같은 크기의 제품을 만들 때 20% 이상 경량화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무인기의 기체구조는 그동안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글로벌 우주항공·방산 탄소복합재 시장은 미국 헥셀, 벨기에 솔베이, 일본 도레이 등 전통의 강자들이 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공동개발한 군용 무인기, 항공기 사용 소재 기술을 지난 8월 우리가 이전받아 이제 민간 항공기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며 “우주발사체, 인공위성 등에 사용되는 수입 소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카본은 2년 전 슬로바키아 소재 항공기 부품 제조사 C2I를 인수하면서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조 회장의 다음 시선이 향한 곳은 미국이다. 코로나19 이후 심해진 경제 블록화 한계를 뛰어넘고 글로벌 진출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조 회장은 “무인기에 들어가는 소재는 미국 기관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보다 수월하게 해내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려 하고, 대륙별로 거점을 만들어 블록화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984년 아버지 조용준 전 회장과 함께 한국카본을 설립했다. 한국카본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769억원, 영업이익은 20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75% 증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