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질문
A회사의 CEO는 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월요일 8시 경영 회의 주제로 ‘강한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토론하게 했다. 통상 경영 회의는 아무리 길어도 2시간 이내에 끝났지만, 이번에는 전 본부장에게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밤샘 토론을 하자고 했다.
토론의 시작은 원탁 테이블의 CEO 오른쪽에 앉은 순서대로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에 이견 또는 첨언을 하기로 했다. 영업본부장이 매출과 이익 확대를 위한 전사 차원의 동참을 강조한다. 타 본부 입장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방안이지만, 그 누구도 반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생산본부장은 안정적 수주, 생산 역량, 품질이라고 한다. 옳은 말이지만 그 수준과 구체적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해 타 본부장들은 침묵을 유지한다. 경영관리 본부장은 인력 유형별 관리, 성과주의 문화 구축, 소통과 실행력을 말하지만, 그 수준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어 모호하다. 모두가 한 마디 한 다음 침묵이 흐른다. 전반적 분위기는 다 알고 있는데, 왜 이런 비생산적인 회의를 하는지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CEO는 강한 회사를 만드는 방안에 대한 의견으로 3가지 질문을 던지며, 결론을 내고 보고 후 귀가하라고 했다. <li style="margin-top:0cm; margin-right:0cm; margin-bottom:.0001pt; text-align:left">어떻게 시장과 고객의 변화와 니즈가 회사 전략에 반영할 것인가 <li style="margin-top:0cm; margin-right:0cm; margin-bottom:.0001pt; text-align:left">회사의 전략을 현장 전 조직과 임직원이 실행하게 할 것인가 <li style="margin-top:0cm; margin-right:0cm; margin-bottom:.0001pt; text-align:left">조직과 구성원의 실행이 높은 성과를 창출하게 할 것인가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
CEO의 3가지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지만, CEO가 승인할 만한 의미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고 절반 이상이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화를 받거나, 개인 업무를 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밤샘을 해도 좋은 보고서가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가장 고참이며 부사장인 영업본부장이 “지금은 각자 돌아가 일을 하다, 전략본부장이 1차 초안을 만들면 모여 토론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전략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본부장이 그렇게 하자고 한다. 전략본부장도 알았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서로 갔다.
20분쯤 지난 후 CEO의 호통에 전 본부장이 회의실에 다시 모였다. "이런 정신과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이끈다면 회사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질책을 한 후 회의실 밖으로 나갈 생각 말고 결론을 내고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전략본부장이 ‘강한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위해 반대로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토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CEO의 3가지 질문을 역으로 하여 답을 찾기로 했다. 전략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 실천되지 않는 이유,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찾으니 너무나 많은 원인이 있었다. 3가지 질문과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 관련은 있지만, 근본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본부장들은 지금까지 나온 원인을 중심으로 영역을 설정해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을 정리하기로 했다. 크게 6가지 영역이 설정되었다. 구조적 요인 (사업 구조, 회사 규모와 위치, 직급 체계 등) 회사의 미션, 비전, 전략, 중점과제 경영층의 전문성과 리더십 상호작용 스타일 (회의, 보고, 의사결정, 소통) 인사 제도 (채용~퇴직까지 제도의 원칙, 설계, 운영) 조직 문화 (생각과 일하는 방식, 핵심가치, 워라밸 등)각 영역별 토론된 내용의 저해 요인, 새롭게 대두된 문제점을 정리했다. 구조적 요인은 변화를 기피하는 화학 사업, 지방 산단에 위치한 중소기업이 한계였다. 회사의 가치 체계도 없고, CEO 중심의 일방적 의사 결정과 지시, CEO 부재 시 리스크가 존재한다. 도전이 없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공평한 보상으로 차등이 거의 없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조직 문화로 ‘나까지는 망하지 않는다’, ‘가늘고 길게 가자’, ‘우리가 남인가’, ‘내일 해도 되니까’ 등의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전략본부장은 CEO의 지시인 강한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위해 6개 영역별 문제점을 정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한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했다. 하지만, 영업과 생산 본부장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안을 그대로 생생하게 보고하자고 한다. 영업본부장은 최종 작성된 내용을 본 후 "아무튼 변화와 혁신하지 않고 하던 것을 유지하거나 '했다주의' 식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은 회사를 망하게 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며 CEO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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