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달 열린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서 10년물 경쟁률은 0.37 대 1, 20년물은 0.27 대 1을 기록했다. 10년물은 1300억원 모집에 486억원이 몰렸다. 20년물은 200억원 모집에 53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000억원가량의 국채가 팔리지 않은 것이다.
6월에 첫 등장한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 보유 시 가산금리와 연 복리,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노후 대비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9월에도 10년물과 20년물 모두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10년물은 이전까지 ‘완판’에 성공했다. 하지만 9월에 이어 10월에도 미매각됐다. 20년물은 처음 도입된 6월부터 미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매각 사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용 국채 금리는 표면금리(일반 국고채 낙찰 금리)에 정부가 정하는 가산금리를 붙여 결정된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이자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번졌다. 매매차익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점도 투자자의 외면을 불렀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값은 오르는 만큼 채권 매매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매가 불가능하다. 차익실현이 막힌 만큼 중도 환매 때는 가산금리 등의 혜택이 사라진다.
미매각 사태가 장기화하자 기획재정부는 채권 개미들의 투자심리를 북돋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이달 진행된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서 10년물은 0.4%, 20년물은 0.5%의 가산금리를 적용했다. 9월(10년물 0.22%, 20년물 0.42%)에 비해 10년물은 0.18%포인트, 20년물은 0.08%포인트 높였지만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미매각 사태를 피하기 위해 5년물을 도입하는 등 만기가 짧은 상품을 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개인은 짧은 만기물을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노후 자산 형성이라는 도입 취지와 맞지 않은 데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5년물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조기 상환권이 붙은 만기 30년 영구채도 사실상 5년물로 분류할 정도로 장기물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하가 예고된 상황을 고려하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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