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IPO'에 따가운 여론…모회사들 고심

입력 2024-10-20 18:58   수정 2024-10-21 00:58

물적분할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이 모회사 주주 보호 대책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물적분할 상장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물적분할 이후 투자 유치를 통해 우량 자회사로 거듭나도 그 과실이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가는 사례가 드물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물적분할 IPO ‘부정적 여론’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회사로부터 물적분할한 지 5년이 지난 기업 다수가 IPO를 준비하고 있다. 동국제약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해 공모를 앞두고 있다. 메가존 자회사 메가존클라우드, LS전선 자회사 LS이브이코리아 등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물적분할 자회사 IPO에 대한 규제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물적분할 상장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같은 해 DB하이텍, 풍산 등은 소액주주의 반발로 사업부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2022년 9월 금융당국은 상장 규정에 ‘물적분할한 기업이 5년 이내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모회사가 기존 주주와 소통하는 등 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나 배당 등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다.

동국생명과학, 메가존클라우드, LS이브이코리아 등은 물적분할한 지 5년이 넘은 만큼 해당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물적분할 IPO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물적분할 이슈로 질타받았다. 2019년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 SKIET에 이어 2021년 배터리 전문기업 SK온을 물적분할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상장 시 SK이노베이션 주식을 SK온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안 등 주주 보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이후 진행된 물적분할 자회사 IPO를 완료한 기업은 삼기이브이, 필에너지,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필에너지는 규제 대상에 올라 모회사 필옵틱스가 현금배당, 현물배당,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 보호 방안을 제시해 거래소 심사를 통과했다. 삼기이브이는 규제 적용 전이었으나 자발적으로 모회사 삼기가 주주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모회사 HD현대는 별도의 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신사업 확장 등 긍정적인 부분도
일부 IPO 기업은 기존 비주력 사업부를 분할해 성장시킨 뒤 상장하는 경우여서 SK이노베이션 등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물적분할 이후 매출 증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분할 직후 505억원이었던 매출은 7년간 연평균 20%씩 늘어 2023년 1202억원으로 커졌다.

물적분할은 외부 투자 유치를 수월하게 하는 만큼 모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신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자회사가 상장한 뒤 주가가 오르면 이론적으로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높아진다. 지난 5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이후 모회사 HD현대 주가는 6만원대 중반에서 현재 8만원대 초반까지 상승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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