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낯익은 존재들을 재구성한 그림을 통해 보는 이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 밤의 거리 위에 대낮의 하늘이 펼쳐진 그의 ‘빛의 제국’ 연작이 단적인 예다. 이를 통해 그는 관람객을 생각에 빠지도록 하고, 인간의 인지로 이해할 수 없는 신비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터무니없는 상상이 담겨 있는데도 마그리트의 작품은 결코 우습거나 유치하지 않다. 철학과 인문학적 통찰, 섬세한 상상력과 뛰어난 그림 실력을 모두 갖춘 덕분이다. “나는 서로 다른 개념, 즉 밤의 풍경과 낮의 하늘을 재현했다. 이 풍경은 우리에게 밤에 대해, 낮의 하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낮과 밤이 이렇게 동시에 존재한다는 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홀리게 한다. 나는 이런 힘을 시(詩)라고 부른다.”
작가 생전부터 인기 높았던 그의 작품은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세계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는 애틀랜틱레코드 공동창립자의 부인 미카 에르테군이 남긴 컬렉션을 오는 11월 미국 뉴욕에서 경매에 부친다. 그중 핵심이 마그리트의 1954년작 ‘빛의 제국’이다. 작품 추정가는 약 1300억원으로, 기존 기록이던 1961년작 빛의 제국(약 109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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