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면 성취할 수 있고, 꿈꾸면 그대로 필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상상하고 꿈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미국 작가 윌리엄 아서 워드의 말이다.
박보겸(26)도 상상하고 꿈꾸는 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가 5년 전 박진하에서 박보겸으로 개명한 것도 더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름을 바꾼 뒤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게 됐다는 박보겸은 지난해 5월 데뷔 2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꿈도 이뤘다.
올해 박보겸이 상상하고 꿈꾸던 일은 ‘제대로 된 우승’이었다. 지난해 5월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뤘으나 폭우로 인해 36홀로 축소된 탓에 ‘행운의 우승’ ‘반쪽짜리 우승’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자신의 제대로 된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 700개 넘게 샷 연습을 했다는 박보겸은 시즌 막바지에서야 자신이 상상하고 꿈꿔온 바를 이뤄냈다. 20일 경기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끝난 ‘총상금 12억원’ 메이저급 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2024에서 우승하면서다.
박보겸은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박보겸은 단독 2위 김수지(28·14언더파 274타)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5월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 이후 1년5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거둔 박보겸은 우승상금 2억16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을 36위에서 19위(4억7369만원)로 끌어올렸다.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도 그랬다. 선두를 달리던 장수연이 1번홀(파4)부터 보기를 범해 박주영(34)과 마다솜(25)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후 전반에만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인 마다솜이 우승에 더 가까워지는 줄 알았다.
선두에게 4타 뒤진 공동 8위로 출발한 박보겸이 우승 경쟁에 뛰어든 건 6번홀(파5)부터다. 세 번째 샷을 핀 2.5m 거리에 붙여 첫 버디를 잡아낸 그는 7번(파3)과 8번홀(파3)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내 공동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처럼 행운도 따랐다. 9번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했으나 이어진 후반 10번홀(파4)에서 행운의 버디가 나왔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향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페어웨이에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기세를 올린 박보겸은 12번홀(파4)까지 또다시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상위권 선수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가운데 박보겸은 더욱 힘을 냈다. 15번홀(파4)에서 5.5m 버디퍼트를 떨어뜨린 뒤 공동 2위 그룹과의 격차를 2타 차로 벌리면서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박보겸은 “마지막 홀에서야 리더보드를 확인해 선두인 것을 알았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유일하게 확정된 개인 타이틀은 신인왕이다. 유현조(19)가 공동 32위(3언더파)에 올라 신인왕 포인트 78점을 더해 2058점이 되면서다. 커트탈락한 2위 이동은(20·1296점)과의 격차가 762점까지 벌어지면서 3개 대회를 남기고 신인왕 수상을 조기에 확정했다. 남은 3개 대회에서 최대로 획득할 수 있는 신인왕 포인트는 730점이다.
이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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