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우디가 CJ를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4-10-20 18:25   수정 2024-10-21 00:22

2016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K팝과 K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여대생 두 명이 감행한 ‘한국으로의 가출’이다. 사우디는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폐쇄 국가다. 여성의 해외여행은 아버지, 남편 등 남성 후견인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하다. 법에 그렇게 돼 있다. 두 여대생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아버지 휴대폰으로 몰래 여행 허가를 얻어 출국하는 일종의 ‘범죄’를 저질러 버렸다.
두 여대생의 '한국행' 그 이후
“대체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뭐길래….” 사우디 사회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트위터에선 ‘한국으로 탈출한 두 사우디 소녀’를 뜻하는 아랍어 해시태그가 전 세계 트렌드 상위에 랭크됐다. 두 여대생의 한국행은 여행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우디 여성 인권 문제를 세계에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사우디가 어떤 국가였나. 카페·레스토랑 등 공공장소에서는 음악조차 틀 수 없었다. 음악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가르쳤다. 특히 타국 문화에 일절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조용히 커졌다. 두 여대생의 가출은 그런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요즘 사우디 현지 분위기는 그때와는 판이하다고 한다. 올 1~7월 사우디 넷플릭스 TV 시리즈 주간 상위 10위권에 ‘눈물의 여왕’ ‘스위트홈’ 등 한국 콘텐츠가 무려 17개나 포함됐다. K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여느 나라 못지않다. 작년 10월 열린 ‘KCON 사우디아라비아 2023’엔 2만3000여 명의 팬이 찾아와 K팝 가수들의 공연을 만끽했다. 8년 전 두 여대생의 한국행 때 벌어진 논란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하다.
"소프트파워 함께 키워보자"
급기야 사우디 정부까지 나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류 확산에 기여한 대표 기업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을 지난달 초 리야드로 초청한 것. 이 회장은 관광부, 문화부 등 사우디 정부 부처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모두 사우디 국가개발계획인 ‘비전 2030’의 실행과 집행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비전 2030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국가 경제를 개방해 다각화하고 엔터테인먼트·관광 등 소프트파워를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사우디가 이 회장을 고대 문명 도시 알울라(AlUla)에 건설한 대규모 영화제작 스튜디오로 안내한 것도 주목된다. 자국 문화·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로 CJ그룹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CJ 간 미래 협력은 한류의 무한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중동은 아프리카와 함께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가 산업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약 6억 명이 사는 중동·북아프리카(MENA·Middle East North Africa)는 K엔터·푸드·뷰티가 주력인 기업들에 미개척 시장으로 남아 있다. 이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엔터·미디어산업 육성에 대한 지원 의지가 큰 ‘중동의 맹주’ 격인 사우디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CJ의 사업 노하우와 사우디의 문화 자원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한류 확산을 이끈 CJ가 사우디에서 어떤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지 벌써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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