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실레(1890~1918)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를 꼽을 때 언제나 가장 먼저 불리는 이름이다. ‘황금의 화가’로 불리며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그림을 남긴 클림트가 중장년층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면, 젊은 층은 실레에 열광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젊음의 고독과 욕망을 가장 탁월하게 표현한 작가가 실레여서 젊은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며 “막 입학할때는 고흐나 고갱을 좋아하던 미술대학 신입생들도 졸업할 때는 클림트와 더불어 에곤 실레를 최고의 작가로 꼽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 비해 두 작가의 원화를 한국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전 세계 미술관이 두 작가의 그림을 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데다, 대여료가 워낙 비쌌기 때문이다. 특히 실레의 그림은 ‘반쪽짜리’ 미디어아트 전시가 고작이었을 뿐 제대로 된 원화가 온 적은 사실상 없다. 실레의 대표작인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과 클림트의 ‘수풀 속 여인’ 등 걸작 원화들이 나오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사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를 미술 애호가들과 미술계 관계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이유다.
이번에 열리는 비엔나전은 1900년을 전후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심장 비엔나가 무대다. 600년간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끝을 바라보던 이 때, 비엔나에서는 새로운 미술사 거장들의 꿈과 예술이 움트고 있었다. 당시 비엔나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하기 위해 박물관은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비엔나의 양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레오폴트 미술관에서 191점에 달하는 걸작들을 가져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경이 공동 주최한 합스부르크전보다도 체급이 더 커진,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이번 전시 구성은 감각적이면서도 친절한 큐레이션으로 합스부르크전의 흥행을 이끈 양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가 다시 맡았다.
전시장에서는 ‘비엔나 분리파’를 창립한 클림트를 비롯해 그의 제자인 실레, 독창적이고 강렬한 화풍을 개척한 리하르트 게흐스틀과 오스카 코코슈카 등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인 거장 콜로만 모저, 탁월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요제프 호프만 등의 작품도 한국을 찾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단연 실레다. 레오폴트미술관은 세계 최고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보유한 것으로 이름 높다. ‘꽈리열매를 한 자화상’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주요 작품이 국내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전시의 질에서 다른 ‘블록버스터 전시’들을 압도하면서도 티켓 값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관람객들이 꼽는 장점이다. 티켓 가격은 국립박물관의 특성을 고려해 1만8500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 열리는 다른 민간 전시들은 티켓 값이 2만원 초중반대다. 오는 28일부터 한정 판매가 시작되는 얼리버드 입장권 가격은 더욱 저렴하다. 1만3000원으로 성인 정가인 1만8500원, 청소년 정가인 1만6000원보다 20~30% 저렴한 수준이다. 티켓링크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개막일인 11월 3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의 기간 중 관람 일자와 회차를 지정해 온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역대 최고 수준의 관람객이 예상되는 탓에 구입 수량은 1인당 4매까지로 제한된다. 전시 종료일은 내년 3월 3일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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