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산업에 없어선 안돼"…낚싯대 만들던 회사의 '반전'

입력 2024-10-21 17:17   수정 2024-10-22 00:42


서울 마곡동 한국카본 연구개발(R&D)센터는 외관이 주변 건물과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센터 건물은 탄소섬유 보강재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등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겉을 장식했다.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한국카본 특유의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사용해 회사 상징을 건물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국카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상용화했다. 낚싯대 재료인 카본 시트로 출발해 현재는 자동차, 항공, 조선, 건축, 레저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방위산업이다. 탄소섬유는 드론과 같은 무인항공기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가 됐다. 조문수 회장은 “드론이 겉보기엔 색깔이 다양하지만 페인트를 벗겨보면 검은색 카본이 드러난다”며 “국내에서 만드는 무인항공기의 파이프와 날개에는 전부 우리 회사 카본이 들어간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실이나 천 형태의 탄소섬유가 카본 자전거 프레임과 같은 첨단 복합소재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중간 재료가 필요하다. 한국카본은 최근 탄소섬유직물(CUPF)을 개발했다. 조 회장은 “일반 카본 중간재보다 더 얇으면서 강도는 강한 제품”이라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세상에 없던 실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CUPF는 항공용 소재에 사용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한국카본은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무인기 등 항공 소재에 사용할 수 있는 CUPF를 개발했다. 탄소섬유 기반 항공 복합소재는 기체를 가볍게 만들어 무인기의 성능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CUPF의 두께는 기존 카본 중간재의 12분의 1(0.1㎜)에 불과하다. 같은 크기 제품을 만들 때 20% 이상 경량화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만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무인기의 기체 구조는 그동안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글로벌 우주항공·방산 탄소 복합재 시장은 미국 헥셀, 벨기에 솔베이, 일본 도레이 등 전통 강자들이 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공동 개발한 군용 무인기, 항공기 사용 소재 기술을 지난 8월 우리가 이전받아 이제 민간 항공기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며 “우주발사체, 인공위성 등에 사용되는 수입 소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카본은 2년 전 슬로바키아의 항공기 부품 제조사 C2I를 인수해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조 회장의 시선은 미국으로 향해 있다. 코로나19 이후 심해진 경제 블록화의 한계를 뛰어넘고 글로벌 진출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무인기에 들어가는 소재는 미국 기관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에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대륙별로 거점을 구축해 경제블록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984년 아버지인 조용준 전 회장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카본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3769억원, 영업이익은 20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영업이익은 75% 증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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