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스 넬손스 "오랜 전통으로 굳게 다져진 빈 필은 지휘자의 판타지"

입력 2024-10-21 18:31   수정 2024-10-22 00:26


현시대 가장 인기 있는 마에스트로를 꼽는다면 라트비아 출신의 안드리스 넬손스(46)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명문 악단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 상임지휘자를 동시에 맡고 있다. 악보에 충실한 해석과 명료한 지휘, 단원과의 깊은 유대를 자랑하는 넬손스는 두 오케스트라 외에도 여러 음악 단체와 유명 페스티벌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인기 지휘자다.
현시대 가장 인기 있는 마에스트로
작년 11월 LGO를 이끌고 내한한 넬손스가 이번에는 세계 최정상 악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그는 “감각적이고 사색적인 한국 관객을 다시 보게 돼 기쁘다. 작년 서울과 대구 공연에서 한국 청중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넬손스가 이끄는 이번 빈 필하모닉 무대에는 한·일 양국이 배출한 세계적 연주자들,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10월 23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10월 25·26일)이 협연자로 나선다.

넬손스와 조성진은 수차례 함께 연주해온 익숙한 파트너다. 2020년 베를린 필, 2022년 보스턴 심포니 무대에 이어 지난해 LGO 내한 공연에도 조성진이 협연했다. 미도리와는 2011년 BBC 프롬스 등에서 같이 연주한 바 있다.

“조성진은 뛰어난 테크닉뿐 아니라 정교한 아이디어를 가진 깊이 있는 음악가예요.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그와의 연주는 늘 기쁩니다. 미도리와의 무대는 오랜만이어서 매우 기대됩니다. 미도리의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과 열정적인 연주는 항상 감동을 줘요.”

상임지휘자가 없는 빈 필하모닉은 단원 의견을 반영해 객원 지휘자를 정한다. 넬손스는 이 콧대 높은 빈 필 단원들이 선택한 마에스트로다. 2010년 빈 필하모닉과 인연을 맺은 넬손스는 무지크페라인 건립 150주년·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00주년 등 의미 있는 해의 신년음악회를 이끌었다. 올해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도 빈 필하모닉과 말러 교향곡 9번을 지휘했다. 그는 “빈 필하모닉과 함께하는 건 매우 행운이자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첫 공연 이후 빈 필하모닉과 강한 유대감을 느꼈어요. 빈 필하모닉과의 연주는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과 새로운 여행지를 가는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랜 전통과 세월의 흔적으로 굳게 다져진 풍부한 사운드를 지닌 악단이거든요. 지휘자로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판타지를 줍니다.”
“지휘는 손을 사용한 커뮤니케이션”
넬손스는 빈 필하모닉과 말러 교향곡 5번,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들려준다. “말러 교향곡은 햇살처럼 밝은 순간부터 암울한 절망까지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스펙트럼을 표현하죠. 말러를 연주할 때는 음악에 온전히 맡기고, 모든 걸 걸어야 해요.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는 풍자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드라마를 담은 작품이죠. 두 곡 모두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빈 필하모닉의 DNA에 깊이 각인돼 있어요. 이들과 함께라면 자신 있습니다.”

넬손스는 2020년 그라모폰과의 인터뷰에서 “지휘는 손을 사용해 말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그가 이끄는 보스턴 심포니는 미국 5대 악단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존재감이 큰 악단이며, 독일의 LGO는 28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악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색채가 뚜렷한 두 오케스트라를 동시에 지휘자는 건 단원과의 충분한 교감과 음악적 소통이 없는 한 쉽지 않은 일.

“지휘자는 자신의 명확한 생각을 정확히, 공감되게끔 단원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주자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존중해 최고의 연주를 끌어내야 하죠. 두 세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40대 중반으로 지휘자로서는 한창인 넬손스, 그에게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오늘날 지휘자의 역할과 성격은 확실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주자와의 팀워크에 강조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모든 노력이 최종적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임은 변함없어요. 이 원칙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유지될 겁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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