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선수가 오래간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조금씩 변하기 마련인데,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줘야 롱런할 수 있어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만 통산 21승을 거둔 ‘골프 여제’ 박인비(36)도 최근까지 스윙을 바꾸는 등 계속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박보겸(26)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는 올 시즌 초반 생각한 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자 과감하게 스윙에 변화를 줬다. 샷을 회복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간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지난 6월엔 4개 대회 연속 커트 탈락할 정도로 힘든 시기도 겪었다. 올 시즌 커트 탈락 횟수만 15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변화에 대한 도전을 이어간 박보겸은 지난 20일 경기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끝난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을 제패하며 꿈에 그리던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박보겸은 “선수는 계속 도전하고 변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저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괴로운 과정이었음에도 얻을 게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과정을 우승으로 보답받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박보겸이 운동선수로 꿈을 키운 곳도 사이판이었다. 방과 후 교실 때 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육상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했는데, 모든 종목에서 학교를 대표할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사실 처음에 골프는 관심 밖이었다. 테니스 선수를 꿈꾸다가 어머니의 연습장에서 우연히 잡은 골프채가 운명이 될 줄 몰랐다. 그는 “재미 삼아 한번 휘둘러 봤는데 공이 너무 잘 맞았다”며 “재능이 있다고 느꼈고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은 공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보낼 수 있는 골프의 매력에 점점 빠진 박보겸은 유튜브로 독학하면서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제대로 골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설득해 가족 모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때 나이가 열다섯이었다.
박보겸은 투어 데뷔 4년 차인 지금도 골프에만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어떻게 골프를 더 잘 칠까’라는 고민만 했다. 이번 우승 때도 마찬가지다. 인터뷰 후 곧장 연습하러 간다는 박보겸은 “남은 3개 대회에서 또 다른 우승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력이 되는 한 더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며 “골프를 하는 게 여전히 가장 재미있고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오래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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