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1차전이 열린 21일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대구·경북(TK) 행정통합안 합의서에 서명했다.
2021년 후 3년 만에 재개된 통합 논의가 시·도 간 이견으로 지난 8월 말 무산 위기에 빠졌다가 행안부의 중재로 이날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통합 논의 무산 이후 시·도 관계는 ‘냉전 시대’라고 할 만큼 얼어붙었고 TK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최근 한 언론은 ‘지방 소멸까지는 30년…메가시티 3개만 남는다’는 도시 전문가의 전망을 실었다. 대서울권, 중부권, 부산권만 광역경제권으로 남고 대구와 경북 도시들은 6개 소권역으로 전락한다는 내용이다.
만년 하위이던 삼성 라이온즈의 선전은 이처럼 우울한 분위기에 모처럼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올 시즌 ‘지금 아니면 안 돼’(Now or never)라는 응원 구호를 내걸었다. 한 팬은 캐나다 록밴드 에이지오브데이스(Age of days)의 동명 노래에 맞춰 추락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부활과 우승을 염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은 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었던 TK가 소멸 위기 지역으로 추락한 현실과 오버랩돼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우리는 (위기의) 단서를 외면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해/ 변화를 가져올 이가 누구인가/ 우리가 해야 해/ 우린 시간이 없어/ 지금 아니면 안 돼.”
홍 시장은 TK가 아니면 광역 행정통합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통합 단체장을 뽑는 행정통합이 이뤄지려면 두 단체장 가운데 한 명이 차기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직관한 홍 시장은 “이 지사가 복잡한 사안을 잘 주물러 뭔가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경상북도의 한 간부는 “행정통합의 과업을 이루기에 홍 시장만 한 큰 정치인도 없다”고 화답했다. 홍 시장은 ‘대한민국 산업 재편’을, 이 지사는 ‘국가 대개조’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TK가 6개 소권역의 군소도시로 추락할지, 거대 경제권으로 부활할지는 두 지도자와 TK 주민들에게 달렸다. TK의 부활, 지금 아니면 영원히 어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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