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국가 간 빈부 격차의 원인을 자연환경이나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제도 차이에서 찾았다. 한 국가의 정치·경제 제도가 포용적이냐, 아니면 착취적이냐에 따라 국가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한반도가 생생한 사례다. 남북한은 역사적·지리적 배경이 똑같고 심지어 동일 민족이지만, 경제력 차이가 비교 불가할 정도로 벌어진 건 순전히 제도 차이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이 대표가 말한 ‘전 국민 25만원 지급’과 아제모을루 교수 등이 언급한 ‘포용적 제도’는 간극이 크다. 이들은 포용적 경제 제도를 “개인이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제도의 핵심은 사유재산권 보장과 성과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지급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한국어판 머리말에는 “남한에서 번영이 지속되는 것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창출하고 사회 전반에 정치 권력을 분산시켜 주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자리 잡은 덕분”이라고도 썼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을 포용적 제도로 포장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주장에 가깝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쥐여주기 위해 혈세 13조원을 일회성으로 써버린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사유재산 보호와 경제적 인센티브 보장 등 포용적 제도의 어떤 요소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당의 주요 정책은 포용적 경제 제도의 핵심을 위협하는 것이 많다. 재산권 침해 우려가 큰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사적 계약에 개입하려는 법안을 민주당이 발의했다. 부의 집중을 막아야 한다며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는 노력 욕구를 반감시키는 주장도 민주당에서 나온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안전망을 촘촘히 하자는 차원에서 ‘포용’을 주장할 순 있지만, 포퓰리즘 정책을 관철하고자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억지로 끌어들이는 건 제1야당 대표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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