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를 활용해 물체를 점으로 파악하는 레이더는 라이다와 함께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린다. 빛을 사용하는 라이다보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악천후에도 물체의 속도와 거리, 방향 등을 탐지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레이더의 기능을 개선한 '4차원(4D) 이미징 레이더'를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업이다. 이 레이더는 물체를 점이 아닌 이미지로 인식해 감지 능력을 높였다. 레이더에 들어가는 안테나의 집적도를 높여 라이다보다 5분의 1 가량 저렴한 가격에도 버금가는 성능을 자랑한다.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는 "인캐빈(차량 내부) 레이더를 2020년 테슬라에 납품하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자율주행 분야 외에도 스마트시티, 국방, 가전 등 다양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모비스와 미국 제너럴모비스(GM)의 자율주행차 레이더 개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김 대표는 "기존 레이더가 라이다를 대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4D 이미징 레이더는 '핵심 키'가 될 수 있다"며 "국내외 여러 글로벌 업체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의 레이더 장비를 사용하는 자율주행차 회사은 약 10여 개에 달한다.
사세를 넓히기 위해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스쿨버스 안전 솔루션'의 판매 허가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이 솔루션은 스쿨버스의 옆면과 밑면, 정면, 내부에 달린 21개의 레이더 센서로 학생을 탐지해 교통사고를 예방한다. 각 교육청에서는 스쿨버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지원한다.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스쿨버스 안전 솔루션을 확보한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3조로 전망하는 미국 스쿨버스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에는 스마트시티 산업 진출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 에스오에스랩, 이에이트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올 연말에는 LG전자 프리미엄군 에어컨에 들어가는 레이더를 일반 제품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레이더는 사람의 동작을 인지해 에어컨을 조절한다.
김 대표는 "특장차용 후방 감지 레이더도 양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현대건설기계 등 글로벌 중장비업체와 협업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국내 업체 2곳에 제품 양산을 위탁해 예상 수주 물량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에 몸담으며 사업부장을 세 차례 역임한 김 대표는 4D이미징레이더 기술을 블루오션으로 전망하고 2017년 회사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방사선과 카메라, 레이저 등 이미지 기술이 혁신을 이룰 때 인류는 발전을 거듭했다"며 "방송, 군사용으로 쓰이던 레이더가 일상생활에 녹아들면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시스템의 올 상반기 매출은 29억원이다. 영업적자는 36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의 특성상 제품 납품이 늦어지면서 매출에 반영되지 않은 실적이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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