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년연장에 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정년연장이 대기업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안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행정안전부는 정부 부처 최초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직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한편 신임 대한노인회 회장이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는 소식도 있고, 향후 2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약 1000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는데, 보도에 따르면 20년 후 서울시 인구가 통째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구가 감소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노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1인당 부담액이 급격히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는 연령인 15세부터 64세에 해당하는 인구인데,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고,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뉜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경제활동 의사가 없는 주부나 학생, 구직단념자 등이 포함된다. 결국 취업자는 당대에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사실상의 버팀목이고, 실제 취업자 수는 특정시점의 중요한 경제 지표로도 활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에 따른 절대적인 인구감소와 더불어 높은 진학률 및 징병제에 따른 군복무로 실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시기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늦다. 더욱이 성장이 정체되면서 기업은 신입사원 공채를 줄여 나가고 경력직 위주의 채용기회를 확대함에 따라 사회 초년생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적인 수치의 감소와 함께 취업시기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취업시기도 늦어지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해봐야 하겠지만 추측하기로는 인구구조가 변화 중이나 아직 우리나라의 총생산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칠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노동이 덜 필요한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다만 인구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2.1은 1983년에 이미 무너졌고, 2018년에는 1.0이 무너져 현재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같은 기간 평균수명은 67.7세에서 83.6세로 16세 가량 증가하여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3생이 약 15년 전 시점을 전후로 하여 경제활동을 시작하였고, 이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므로 향후 십 수년 안에 닥칠 변화는 급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의 증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연금고갈이나 노인빈곤, 부양비용 부담 증가 등 그로 인하여 발생할 문제들 역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행히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60세였던 연금 수급 연령을 1998년 연금개혁 결과 2013년부터 5년 주기로 1세씩 늦추기로 하였고, 소득대체율도 낮췄다. 도입 당시 국민연금 제도를 보면 보험료율을 3%로 책정하여 60세부터 소득의 70%를 평생 보장해 준다는 것이었는데 현 시점에서 보면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제도를 설계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생각이 들면서도, 당시로서는 전에 없던 보험료를 월급에서 강제로 징수해야 했던 점, 기대수명이 70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제도가 성숙되면서 실제로 노후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자리 잡았고,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효과도 실증되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미래 세대에도 지속가능한 제도로 기능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시의적절한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편 불과 10여년 전 60세까지 고용을 강제하는 제도도 도입되었다. 정년을 연장함으로써 취업 기간을 늘려 근로자 개인의 소득 창출기간을 연장함과 동시에 부양비용의 부담을 낮추는 것인데,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60세까지 고용을 강제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개정 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고,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도 60세로 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은 그 다음해부터 시행되었는데, 60세 이상 정년을 의무화하면서도 개정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의 노사는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점도 정하였다.
즉 개정 고령자고용법은 정년을 60세로 강제하면서 그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대한 분쟁이 거듭되고 있는데, 요지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한 임금과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실제 수령한 임금의 차액을 청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년이 연장됨에 따라 전에 없던 구간의 임금을 신설하였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차액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설령 산정이 가능하더라도 결국 신설된 구간의 임금제도를 가정해서 그 차액을 산정해야 하는데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이러한 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임금피크제가 지닌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법원도 정년연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총소득이 감소하는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법리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배경 및 입법 취지까지 잘 이해한 판결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연금도 국민연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민의 노령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목적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개혁을 기원한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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