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이례적으로 경제 관련 회의를 개최해 재정 지출이 필요하고, 정부가 자본 시장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굵직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관례를 벗어나 경제를 회의 주제로 선정한 배경엔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지출과 산업 생산 등이 둔화하고 주택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등 각종 지표가 악화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앙정치국은 우선 침체한 부동산시장과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토지·재정·세제·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책적 수단을 내놨습니다. 특히 자본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3조원) 공급,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 보험 자금의 증시 유입 제한을 풀고 상장 기업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공모기금 개혁, 중소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발표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침체, 지방 정부의 재정 고갈, 제로 코로나로 인한 대도시의 전면적 봉쇄, 빅테크 기업 규제 등 정부의 정책적 실책 때문에 중국 증시가 부진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정책 발표 후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몰려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휴일을 반납하고 휴면계좌를 복구하고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데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는 '관시'(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사회의 특성상 강력한 후속 부양책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중국의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는데 이는 중국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위안화 환율의 하락(위안화 강세)으로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생겨 대출 증가와 소비 촉진이 이뤄지고 대규모 해외자금의 유입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 인하 등 자본시장 부양책을 발표하자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생(H)지수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후 조정받고 있지만,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부동산 시장과 증시 부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의 가장 큰 변화는 정책의 방향성 변화입니다.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및 통화완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지수 흐름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옵니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경기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의 투자 전문 기관은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중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HSBC는 중국 주식이 15%가량 저평가됐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일제히 '중국 주식 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중국 랠리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중국 증시가 중점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지수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는 국내 중학 개미(중화권 소액 개인 투자자)나 해외 투자자도 많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실업률 등 경제 데이터를 믿기 어렵고 정책 투명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국 증시를 장기 신뢰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습니다.
내년 중국 증시 전망은 전문가에 따라 엇갈립니다. 낙관론자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과 후속 부양책으로 부동산과 주식 자산의 바닥을 형성하고 소비 촉진 효과로 경제는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신중론자는 중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부동산의 장기침체와 소비 부진은 지속되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경우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어 리스크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추가 경기부양책과 구조적 문제 해결 가능성 유무, 성장률 목표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새로운 재정정책의 규모와 내용,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 중국 자본시장 진출은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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