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토요일 데이트 안 잊었지?" 여자친구가 보낸 메시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A씨. 곧장 인공지능(AI) 메이트 '나나'와 귓속말을 시도한다. 나나는 "토요일 데이트를 위한 장소를 찾고 계시군요"라면서 30분 안에 갈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곳을 추천한다. A씨는 여자친구에겐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처럼 나나가 추천한 장소를 제시하며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카카오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 전격 공개
카카오가 조만간 출시할 예정인 새로운 AI 기술의 메신저 앱 '카나나'를 공개했다. 카나나는 1대 1 대화방, 단체대화방에서 매니저이자 친구의 역할을 할 'AI 메이트'를 제공한다. 이 앱은 올해 카카오 사내에서 시범 도입된 이후 내년 초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2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진행된 '이프카카오 2024' 기조연설을 통해 "회사에서의 나, 가족·친구와 상호작용하는 자아가 있는가 하면 봉사·취미활동을 하는 상황 속 자아까지 다양한 관계와 환경 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며 "그 속에서 개인화된 결과값을 낼 수 있을 때 가장 나다운 AI 서비스를 낼 수 있는데 초개인화된 AI의 방향, '카나나'라는 브랜드가 여기서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나나는 AI 에이전트를 넘어 'AI 메이트'를 지향한다. 카나나 앱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와 관계를 고려한 최적의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앱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관계를 기억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답변을 내놓는다. 사용자가 호출하지 않더라도 AI가 스스로 판단해 먼저 대화를 시도하고 적절한 답을 제시하는 기능도 갖췄다.
'AI 메이트' 표방…모든 대화·관계 등 맥락 기억
카나나는 개인 메이트인 '나나'와 그룹 메이트 '카나'로 구분된다. 나나는 사용자의 1대 1 대화뿐 아니라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내용도 모두 기억한다. 사용자를 가장 잘 아는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만큼 새로운 AI 짝꿍이 생기는 셈이다. 나나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면서 문서 요약을 부탁하거나 개인 일정을 확인할 수도 있고 맛집을 추천받는 것 역시 가능하다. 각종 문서를 나나에게 공유한 다음 이를 활용해 토의를 진행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예컨대 전날 부산으로 출장을 갔었다면 나나가 먼저 "어제 부산 콘퍼런스 잘 다녀왔나요?"라고 말을 건다. 부산에서 갈 만한 장소를 추천받았을 경우엔 만족스러웠는지 대화를 시도하면서 "추천해준 장소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에요"라고 답한다.
그룹대화방에서 회사 동기와 나눈 대화 내용을 토대로 "다음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회사 동기 모임이 있어요"라고 안내해주기도 한다. 앱 안에서 이뤄진 모든 대화 맥락을 기억해서다.
일대일 서비스 넘어 단체대화도 지원…"글로벌 최초"
일반적인 개인형 AI 서비스와 다른 점은 카나다. 카나는 단체대화방별로 작동한다.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만을 토대로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족과의 단체대화방에서 여름휴가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면 휴가지에 숙박할 만한 숙소를 추천받을 수 있다. 앞서 예시와 같이 여자친구와의 대화 과정에서 '나나와 귓속말' 기능을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단체대화방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상호 카카오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카나는 카나나 서비스의 가장 핵심이고 대화 기반으로 하는 AI 서비스들과 가장 크게 차별화된 점"이라며 "글로벌 AI 서비스들은 대부분 1대 1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개인비서처럼 AI를 쓸 수 있지만 그룹 단위로 도움을 주는 방식은 글로벌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나나는 메시지를 직접 입력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핸즈프리' 기능을 더했다. 대화방 안에서 '핸즈프리' 버튼을 누르면 모든 작업을 음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음성인식 정확도가 높아 사용자 발언 내용이 정확하게 입력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생략됐다. 운동이나 운전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방적인 친구 추가나 관계 형성도 막는다. 사용자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타인이 자유롭게 친구로 추가할 수 있고 대화방에 초대하는 것도 가능한 카카오톡과는 차이를 뒀다.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친구 추가도, 대화방 초대도 가능하다.
연말 사내 시범 도입 후 내년 초 정식 출시
카나나 앱에서 오간 모든 메시지는 암호화된 상태로 별도의 보안영역에 저장된다. 휴대폰 기기를 바꾸더라도 대화 내용을 일일이 백업한 다음 복원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과 별개 앱으로 출시하는 이유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기술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정책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해서다. 이 성과리더는 "이러한 조건들을 고민한 결과 기존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AI 기술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신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카카오는 이날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로 필요한 미래를 더 가깝게'라는 자사 방향성을 기반으로 AI 서비스 방향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통합 AI 브랜드명이기도 한 카나나가 '가장 나다운 AI'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대표는 "카나나는 연말 사내 테스트 버전 출시를 시작으로 빠르게 개선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겠다"며 "카나나를 통해 새로운 AI 메이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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