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만큼만 할래요"…비정규직 비중 '역대 2위'

입력 2024-10-22 15:24   수정 2024-10-22 15:34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만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근무하는 형태로 '일자리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45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3만7000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금근로자 2214만3000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전년동월대비 1.2%포인트 증가한 38.2%에 달했다.

비정규직 비중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8월 38.4%를 기록한 뒤 이듬해 8월 37.5%, 지난해 8월 37.0%로 낮아졌다가 3년 만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반면 지난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368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4만7000명 감소했다. 정규직 근로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21년 8월(-9만3000명) 이후 3년 만이다.

근로형태별로 보면 시간제 근로자(425만6000명)가 38만3000명 늘며 비정규직 증가세를 이끌었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50.3%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시간제 근로자는 동일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의 근로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자발적 사유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비율은 지난 8월 66.6%로 역대 최고였다. 자발적 사유 중에선 '근로조건 만족'이 59.9%로 가장 많았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안정적인 일자리'(21.6%)가 뒤를 이었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해 비정규직을 구했다기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근로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급여 수준도 (일자리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기에 일하는 것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며 일자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보면 숙박음식업(8만2000명)에서 비정규직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보건사회복지업(5만4000명), 제조업(4만명), 도소매업(3만9000명) 등에서도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19만3000명)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늘었다. 돌봄 수요가 커지면서 60세 이상 여성을 중심으로 보건사회복지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30대(8만4000명), 20대(3만8000명), 50대(3만4000명)가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최근 3개월(지난 6~8월) 월평균 임금은 204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만1000원 늘었다. 이들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79만6000원으로 17만3000원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역대 가장 큰 174만8000원에 달했다. 다만 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율은 54.0%로 작년과 같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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