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가 비싸다는 불만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쌓이기 시작해 2011년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꽃집, 빵집,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성토 대열에 합류하자 2012년 들어 정치 이슈가 됐다. 4월 치러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나섰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법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후 네 차례 개편으로 지금의 체계에 이르렀다.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0.5~2.06%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이 0.5%다. 연매출이 30억원을 넘는 이른바 일반 가맹점은 2.06%다. 그 사이가 중소 가맹점이다. 중소 가맹점은 연매출 구간별로 3억~5억원 1.1%, 5억~10억원 1.25%, 10억~30억원은 1.5%가 적용된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카드 수수료율은 1.5~4.5%였다. 대형 가맹점이 1.5%, 소형 가맹점은 4.5%였다.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거래 규모가 크면 단위금액별 처리비용이 줄기 때문에 대형 가맹점에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 지금도 이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창업 초기 미용실이나 식당에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만, 사업이 잘돼 매출이 뛰면 수수료율을 낮춰준다. 그게 시장의 규칙이었다.
음식점의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논란이 된 건 2022년께부터다.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은 2010년 출범 이후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수수료를 받다가 2021년 건당 1000원으로 전환했다. 2022년 음식값의 6.8% 정률제로 바꾸면서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민이 지난 7월 10일 9.8%로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음식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끼어든 건 이때부터다.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체,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까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달 말 확정될 상생안의 방향은 정해진 듯하다. 매출이 적은 곳엔 낮은 수수료율을, 많은 곳엔 높은 수수료율을 매기는 식이다. 매출 상위 60%에는 9.8%, 하위 20%엔 2% 안도 나왔다. 외국에선 대형 식당의 수수료율이 소형 식당과 비교해 같거나 낮은데 카드 수수료와 마찬가지로 우리만 딴 길로 가자고 한다.
영세 음식점주에겐 매몰차게 들릴지 몰라도 이 같은 방식은 제대로 된 해법이 될 수 없다. 당장 건당 거래 규모가 큰 대형 음식점에 더 높은 수수료를 내라고 요구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반대다. 남대문시장에서 옷 한 벌을 사는 사람한테는 정가를 받지만 열 벌을 사면 깎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규모 식당이 어렵다고 하니 돈 잘 버는 당신네가 더 내시오” 정도가 할 수 있는 얘기의 전부다. 어려움에 처한 음식점은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되거나 정부의 제한적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인데, 지원 부담을 대형 음식점과 플랫폼 업체에 떠넘기자는 것이 지금 상생협의체 논의의 핵심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 가격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배달앱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자사 우대 등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문제가 발견되면 과징금과 시정 조치를 통해 개선해 나가면 된다. 더 나가면 시장경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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