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경머니가 밸류업 움직임을 확산하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판단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대표적인 밸류업 지표인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TSR)’을 잣대로 상장사 최고경영자(CEO) 평가를 실시했다. TSR은 특정 기업 주식에 투자했을 때 얻게 되는 총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주가 수익률과 배당 수익률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다. 주주 및 투자자 관점에서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주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경영자 성과 보상을 위한 핵심 평가 지표로 TSR을 활용한다.
상장사 CEO 244명, 총주주수익률 조사
비금융사 CEO, 주가 수익률이 순위 좌우
아울러 밸류업을 위해서는 CEO가 주주 및 투자자와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팀 쿡, 마크 저커버그 등 해외에서는 시가총액 수천조 원에 달하는 기업의 CEO들이 분기마다 등장해 실적을 발표하고,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직접 답을 해준다.
한경머니가 밸류업 움직임을 확산하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판단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대표적인 밸류업 지표인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TSR)’을 잣대로 상장사 최고경영자(CEO) 평가를 실시했다. TSR은 특정 기업 주식에 투자했을 때 얻게 되는 총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주가 수익률과 배당 수익률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다. 주주 및 투자자 관점에서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주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경영자 성과 보상을 위한 핵심 평가 지표로 TSR을 활용한다.
이번 ‘밸류업 CEO’ 조사는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연결매출액 기준 200대 상장사 CEO 중 재임 기간이 1년 이상인 174개 기업 244명(공동대표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비금융사와 금융사를 나눠 CEO 취임일부터 2024년 9월 말까지의 주가 수익률과 배당 수익률을 계산해 합산했다. 다만, 재임 기간이 5년 이상인 CEO는 최근 5년(2019년 10월~2024년 9월)만 포함했다.
상장사 CEO 244명, 총주주수익률 조사
이번 조사에서 비금융 부문 1위는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이, 금융 부문 1위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이 각각 차지했다. 2020년 3월 부임한 조석 사장은 재임 기간 주가 수익률 5503.7%, 배당 수익률 25.5%로 5529.3%라는 놀라운 TSR을 기록했다. 2014년 3월부터 메리츠금융 대표이사를 맡아 온 김용범 부회장은 최근 5년간 TSR이 687.7%(주가 수익률 655.6%·배당수익률 32.1%)에 달했다.
전체 조사 대상 CEO 절반에 가까운 102명(41.8%)은 TSR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 부문 CEO들의 평균 TSR은 51%로 금융 부문 CEO(103.6%)보다 낮았다.
조사 결과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비금융 부문의 경우, 조석 사장에 이어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428.7%),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390.4%), 김동관 한화에로스페이스 부회장(275.7%), 김동현 LS 일렉트릭 부사장(269.5%)이 뒤를 이었다.
이들 톱5 CEO의 경우 TSR을 구성하는 주가 수익률과 배당 수익률 중 주가 수익률의 기여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금융 부문 상위권을 차지한 CEO들은 재생에너지, 방산 업종과 같은 성장 산업에 속한다”며 “배당보다는 내부 유보를 통한 미래 투자로 순이익이 증가하고 주가가 오른 경우”라고 분석했다.
비금융사 CEO, 주가 수익률이 순위 좌우
실제로 최근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인해 미국, 중동 등 세계 곳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30년 5320억 달러, 2050년 636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전력망 업계가 ‘슈퍼 사이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 상반기 33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152억 원)을 뛰어넘었다. 일감도 약 5년 치를 확보했다.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23억1800만 달러(3조2000억 원)로 연간 수주 목표인 37억4300만 달러(5조2000억 원)의 61.9%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52억5200만 달러(7조3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1% 늘었다. LS일렉트릭 역시 올 한 해 동안에만 초고압 변압기 수주 금액이 634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003억 원 대비 3년 만에 6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수주 잔고도 2조7600억 원으로 향후 5년 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둔 상태다.
전력주만큼이나 방산주도 열기가 뜨겁다. 국내 방산주가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를 넘어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월 17일 주가가 2.75% 상승, 평균 목표주가(39만1200원)를 넘긴 39만3000원을 기록했고, 현대로템 역시 호실적 기대 외에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기대감까지 더해져 최근 한 달 사이 24.49%나 주가가 올랐다.
금융 부문의 경우, 김용범 부회장에 이어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228.9%),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150.8%),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116.5%),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이성재 현대해상 사장(114.1%)이 톱5에 올랐다.
금융 부문 상위권 CEO은 재임 기간 배당 수익률이 30~50%대로 TSR 기여도가 비금융 부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성장 섹터가 제한된 금융 산업은 어설픈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자기자본 감소로 인한 자기자본수익률(ROE) 상승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사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관건
메리츠금융은 밸류업의 선두주자다. 지난해 4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기업승계 대신 ‘원 메리츠(One Meritz)’를 내걸고 기업 밸류업에 초점을 맞춘 그룹 지배구조의 새 틀을 짜면서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에는 상장 금융지주사 최초로 ‘기업 가치 제고 실행계획’을 공시했다. 2025 회계연도까지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50%가 넘는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 2026 회계연도 이후 내부 투자 수익률과 현금배당 수익률, 자사주 매입 수익률 등을 비교한 뒤 주주 가치 제고에 최적의 자본 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JB금융지주도 대표적인 밸류업 종목으로 꼽힌다. JB금융지주는 지난 9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주주 환원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ROE 15%, 주주환원율(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50%, 총 주주 환원 금액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40% 등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도달할 때까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이행할 방침이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DB손해보험도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다. DB손보는 올해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IR)에서 중장기 목표로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란 의미다. DB손보의 최근 3년간 주주환원율은 2021년 27.1%, 2022년 28.2%, 2023년 20.7%로 나타났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DB손해보험도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다. DB손보는 올해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IR)에서 중장기 목표로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란 의미다. DB손보의 최근 3년간 주주환원율은 2021년 27.1%, 2022년 28.2%, 2023년 20.7%로 나타났다.
이 밖에 신영증권은 최근 3년 만에 배당금을 인상했고, 현대해상은 주가 관리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왔다.
이종승 IR큐터스 대표는 “밸류업의 본질은 경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자본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라며 “주주 환원 정책은 지나치게 과도한 것보다는 지속성장 및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투자와 균형 있게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EO, 능력만큼 ‘소통’도 절실
아울러 밸류업을 위해서는 CEO가 주주 및 투자자와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팀 쿡, 마크 저커버그 등 해외에서는 시가총액 수천조 원에 달하는 기업의 CEO들이 분기마다 등장해 실적을 발표하고,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직접 답을 해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실적 발표 현장에서 CEO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칫 말실수나 책임론이 불거질 수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무 담당 임원이나 각 부문 부사장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한국 CEO는 올림픽에는 가도 실적 발표나 IR에는 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또한 기업설명회 등의 현장 생중계나 음성파일, 속기록 공개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해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성대하게 여는 벅셔 연례 주주총회에 직접 나와 주주와 소통하고 주총 현장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주주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주총 전후로 마라톤, 쇼핑 등 부대행사가 함께 진행된다. 일본에서는 주주들과 소통하는 최고주주활동책임자(CSEO)라는 직책도 신설됐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일반 주주는 물론이고 연금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모두 자사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연히 사업 동반자와는 항상 대화를 해야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대다수가 매 분기 CEO 본인이 직접 주주들과 소통한다. 그것이 주주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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