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는 청소년 유해물…연령 제한 필요"

입력 2024-10-23 07:48   수정 2024-10-23 07:49



소설가 한강의 저서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논란이 교육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22일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라고 지적하며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전학연은 "형부가 처제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고 촬영하며 성행위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며 "게다가 처제는 갑자기 채식을 한다며 자해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나무가 되겠다고 굶어 죽는 기이한 내용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학연 측은 청소년보호법 제9조1항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는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이 포함되어 있고, 이에 해당하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19금 성인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 관람 가능'한 영화가 될 수는 없다"며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 17일 취임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향해선 "'채식주의자'를 끝까지 읽어보았는지, 그리고 미성년 손자·손녀가 있다면 과연 필독 도서로 추천하고 싶은지" 공개 질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산하 시·도 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를 향해 '채식주의자'를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되지 않도록 바로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채식주의자'의 학교 도서관 비치 논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강 작가의 소설이 폐기된 것에 대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도 교육청은 지난해 9∼11월 각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해, 각급 학교가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정하도록 했다. 이때 약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성교육 유해 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는데, '채식주의자'도 여기에 포함됐다. 한 학교는 '채식주의자'를 폐기했고, 다른 두 학교에서는 열람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임 교육감은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라면서도 "책에 담긴 몽고반점 관련 등의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보기에 저도 좀 민망할 정도의 그렇게 느끼면서 읽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한국 작가 최초,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이다. 2007년 출간 후 2010년부터 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돼왔으며, 2016년 노벨문학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작품으로 자리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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