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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큰손들이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합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이익을 볼 자산들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민간 교도소 운영업체인 GEO 그룹의 주가가 10월 이후 21% 상승하는 등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21%는 2022년 이후 회사의 월간 상승폭 중 가장 크다. 비트코인 채굴기업 라이엇 플랫폼스 주식도 이달 들어 34% 가량 올랐다.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로엡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에 베팅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운용자산 110억 달러 규모의 써드포인트는 트럼프 수혜주 및 수혜옵션에 대한 포지션을 대폭 강화했다. 로엡은 투자자 서한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에 따른 관세가 국내 제조업, 인프라 투자, 그리고 특정 원자재와 상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반독점 법안이 약화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채권 운용 최고책임자도 9월 말부터 트럼프의 승리와 관련된 거래를 확대했다. 그는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의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에 베팅하고 있다. 특히 관세 인상과 같은 트럼프의 경제 공약이 장기적인 물가상승세를 촉진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것이이라 데 베팅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대선에 맞춰 거래에 나서는 것은 (두 후보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몇 주 전만 해도 보기 힘든 현상이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수혜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선거가 시장에서 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의 테모스 피오타키스 매크로 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최근 중국 위안화와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트럼프 승리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사 롱테일 알파의 비니어르 반살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결정적인 예측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선거 관련) 요소를 찾는 것이 우리의 접근 방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일반적으로 트럼프 승리가 시장에 긍정적이고, 카말라 승리가 시장에 부정적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카말라가 승리할 경우 시장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결과를 둘러싼 잡음이나 개표 지연 등에 대비한 투자도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핀브룩 캐피털의 재커리 커즈 CEO는 "투표 전에 일부 포지션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선 결과와 그에 따른 시장 반응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최근 큰 선거가 있었던 멕시코와 인도, 프랑스 모두 사람들의 예측과 크게 달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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