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3일 09: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인간의 필멸성을 토로하며 죽음은 피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준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죽음을 대비하는 것은 삶을 훌륭하게 사는 것만큼 중요하지만, 살다 보면 이를 잊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초고령사회를 넘어 다사(多死)사회가 전망되면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상조서비스업이 주목받고 있다. 상조서비스업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관혼상제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자가 일정 금액을 분할 납부하면 상조회사가 약정된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상조서비스 가입자는 404만 명에서 892만 명으로 증가했고, 선수금 규모는 3.52조 원에서 9.45조 원으로 확대되며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조서비스업은 대형사 위주의 시장 재편과 플레이어 다양화, 정부의 규제 및 육성 투트랙 정책 등을 기반으로 외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먼저 2019년 자본금 15억 원 이상, 선수금 50% 보전 의무화 등 할부거래법이 개정되며 상조업계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가속화됐고, 소수의 대형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실제로 2024년 3월 기준 전체 가입자의 88%가 대규모 상위업체의 상조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상위업체에 전체 선수금의 87%가 집중되어 있다. 또한 공제회, 중견기업, 의료업계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상조서비스업에 진출 및 경쟁하며 시장의 성장을 도모했다. 정부 역시 상조서비스업을 유망산업으로 인식하고 규제를 넘어서 육성 정책까지 고려하며 상조진흥법 제정과 상조 회계지표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의 상조서비스는 장례지원이 주축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상조회사가 죽음을 넘어 삶의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며 내실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상조회사는 납입금을 통해 장례뿐만 아니라 출산·교육·웨딩·여행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전환상품 등을 출시하며 바야흐로 ‘상조 3.0 시대’를 열었다.
아울러 상조회사는 반려동물 장례서비스와 같은 신사업에 진출하고, 생체보석이나 장례식장 내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수익 구조를 모색하는 데도 열중이다. 그 외에도 즉시 매출 성격을 가진 직영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고급화된 장례 문화를 선도하거나, 온라인 추모공간, AI(인공지능) 추모 서비스 등의 도입으로 상조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트렌드도 나타난다.
상조서비스업의 패러다임 대전환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상위 소수의 대형사 위주 시장 재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략적인 M&A를 통한 가입자와 누적 선수금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등 시너지 창출을 통하여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실리적 소비 성향을 보이는 MZ세대를 겨냥한 전환상품이나 멤버십 서비스를 개발하고, 초고령사회와 다사사회를 대비해 소규모 장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간소화된 상품도 고려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실버 산업과 연계한 사업 전략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는 시점인 만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발전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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