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3일 14: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컬리가 자본잉여금을 활용해 2조3000억원 규모의 결손금을 해소했다. 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촉발된 이커머스 기업을 향한 불안이 컬리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컬리는 23일 오전 김포 물류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잉여금으로 결손금을 상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6월 말 기준으로 결손금은 2조2709억원, 자본잉여금은 2조3596억원이다. 자본잉여금에서 법정 적립금을 제외한 2조3532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결손금을 상계하면 823억원의 이익잉여금을 확보하게 된다.
자본잉여금 대부분은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금액이다. 2021년 상장을 앞두고 진행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및 전환우선주(CPS) 보통주 전환과 2022년 이후 앵커PE의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이 발생했다. 보통주 전환으로 약 1조9000억원, 유상증자로 2500억원이 유입됐다.
결손금의 상당 부분도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했다. 결손금 중 약 1조1000억원은 2021년 RCPS 및 CPS 보통주 전환으로 인한 금융부채 평가 손실이 반영된 수치다. 누적 순손실로 인한 결손금은 약 1조1000억 원이다.
장부상 회계처리가 이루어지는 만큼 자본총계에는 변화가 없다. 그동안 2조 원이 넘는 결손금을 이유로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품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컬리는 설명했다.
대규모 결손금은 회계상 착시이기 때문에 굳이 이를 장부에서 해소할 필요는 없었지만, 올해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이커머스 기업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컬리와 오늘의집처럼 외부 투자를 유치해 성장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부분 RCPS 등의 방식으로 투자받은 후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결손금이 발생했다. 현금 유출은 없는 장부상 손실이지만, 최근 결손금이 부실 기업의 지표처럼 해석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번 안건 통과로 누적 적자로 인한 결손금도 외부 투자금으로 해소했다. 앵커PE 등 기존 주요 주주들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순이익을 적립해 결손금을 해소하는 정공법으로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본잉여금을 이용해 재무구조를 신속히 개선한 것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부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한 만큼, 앞으로는 누적 적자로 인한 결손금이 쌓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순이익 실현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배당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손금이 누적된 경우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배당에 앞서 결손금을 먼저 메워야 하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이번 임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결손금을 해소하고 외부의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고 사업 안정성을 더욱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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