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거부해도 되나요?"…대기업 직장인들 '돌변'한 이유 [이슈+]

입력 2024-10-23 19:44   수정 2024-10-23 19:47


"회사에서 승진 거부하고 실무자로 남아있으면 불이익이 있을까요?"

기업 내 관리직을 기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것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승진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직급이 높아지면 어떤 불이익이 생기는지' 등의 고민을 토로하는 대기업 직장인의 하소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포착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더 가디언, 더 타임스 등 영국 외신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보싱이란,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거나 피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승진에 대한 욕심이 사그라든 것이다. 회사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사회적 성공과 동일시했던 과거의 양상과 차이를 보인다.

매체는 "Z세대는 직장 내에서의 성공보다 개인의 역량 향상 등 '성장'에 더 관심이 많다"고 분석하면서, 현지 인재관리(HR) 기업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HR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지난달 영국 Z세대(1997~2012년 출생자)를 중심으로 승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중간 관리직을 원치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급기야 응답자의 16%는 '중간 관리자를 완전히 피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설문 대상자의 69%는 중간 관리자에 대해 "스트레스는 높지만 보상은 낮다"고 평했다.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 쓰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이들은 72%에 달했다.

로버트 월터스 관계자는 "중간 관리직으로 승진한 사람들은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더 많은 기대치와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박감을 경험한다"며 "중간관리직 맡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는 나중에 고용주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포보스는 "기업에서 '대규모 언보싱'(the great unbossing)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간 관리자가 기업을 떠날 때, 기업에서 공석을 채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방식에 따라 중간 관리자라는 직급 자체 없어지는 등 일부 회사들 직급 체계를 손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중간 관리자가 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거나, 가장 똑똑한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오래된 생각은 쓸모없어지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정훈 노무법인H 노무사는 "후배를 지휘하거나, 통솔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관리자들이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면서 "과거에 비해 근로자의 권리 보호가 중요하게 여겨지며 사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관리자의 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승진 기피 문화를 해소하려면 결국 금전적인 보상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일부 기업에선 성과에 따라 승진 대상자가 발탁되는 방식이 아닌, 승진을 희망하는 직원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신청제'도 도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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