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평균 전세가율은 57.9%에 불과하다. 용산구(45.9%), 강남구(46.5%) 등 서울 고가 지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일반적으로 전셋값은 사용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매매가에는 미래가치가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지방의 전세가율이 높은 건 해당 단지의 가격 상승 호재 등 미래가치 수준(분모)이 현재의 실거주가치(분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거주하기 불편하지만,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과 반대 구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비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매매가 하락률(-0.06%)이 전세가 하락률(-0.01%)보다 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수도권에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수 대비 전세 수요가 크고, 전세가율이 높은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는 지난달 기준 매매가(0.79% 상승)가 전세가(0.58% 상승)보다 더 크게 올라 대조를 이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80%라는 건 세입자가 담보가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보증금을 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전세가율 평균이 올해 하반기 들어 조금씩 낮아지다가 8월 72.5%에서 지난달 72.8%로 반등 추세를 보인 것도 전세 사고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가율이 올라가면 갭 투자가 늘어나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현상도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등 선호 지역이 아니라 지방에서 이 같은 흐름은 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갭 투자는 기본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 장기화 등으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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