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업 랩지노믹스가 미국 클리아랩(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을 총 4개 확보하게 되면서 클리아랩이 다시금 북미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자사 제품뿐 아니라 국내외 다른 기업들의 진단제품도 클리아랩에 공급하며 자체 영업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클리아랩이란 임상 검사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미국 정부가 인증한 실험실을 뜻한다. 랩지노믹스는 미국 새크라멘토, 오로라, 버클리에서 클라이랩을 운영 중인 아이엠디(IMD) 인수 절차를 이달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미국 동부 클리아랩 큐디엑스(QDx)를 인수한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미국 체외진단 시장은 크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이 필요한 체외진단기기 트랙(IVD) 트랙과 클리아 인증이 필요한 실험실개발검사(LDT) 트랙 두가지로 나뉜다. 클리아 인증을 받은 실험실에서는 별도의 FDA 인증 없이도 자체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FDA 인증절차를 거치기에 시간과 자본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랩지노믹스가 지난해 7월 인수한 큐디엑스는 매출 700억원 규모의 미국 100위권 클리아랩이다. 국내 진단기업이 중대형 규모의 클리아랩을 인수한 첫 사례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위주의 매출구조에서 벗어나고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짜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클리아랩 인수에 나섰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진단 시장은 수가가 낮고, 진단제품을 선택할 때 병원의 영향력이 강한 구조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진단 제품은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반면 미국 진단 시장은 우선 시장 규모 자체가 클 뿐더러, 클리아랩이 진단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랩지노믹스는 미국 대형병원에서 하는 정기진단은 레드오션 시장이기 때문에 중소형 클리닉에서 하는 특정 질병 진단분야(유방암 등) 위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에는 3개의 클리아랩을 추가로 인수했다. IMD는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기반 감염성 질환 진단 및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암 진단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암 진단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현지 네트워크가 있는 클리아랩과 국내 진단기업들의 기술력이 결합되면 적지 않은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백지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LDT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 진단업체들의 클리아랩 인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내 클리아랩은 약 33만개가 있는데, 이중 상업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랩은 900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좋은, 상업성’ 있는 랩을 인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랩지노믹스는 LDT를 직접 생산해 원가율을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미국 업체로부터 구매한 LDT 가격대비 한국 법인에서 원료를 공급한다면 20~30% 할인된 수준의 원가로 제품 생산이 가능해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클리아랩 인수에 나선 국내 진단 기업은 랩지노믹스 외 엔젠바이오, 싸이토젠 등이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