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제학계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사교육비 지출 시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비롯한 결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힌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이 지난 6월 경제학계 최고 학술지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ER)’에 게재됐다.
김 교수가 쓴 ‘한국의 교육과 저출생에서의 지위 외부효과’는 한국의 출산율 하락 원인을 남을 의식하는 비교 심리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인적자원 수준을 다른 아이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지위 외부효과(status externality)를 이용해 사교육에 대한 집착과 저출생의 관계를 설명했다.
분석 결과 상대적 비교가 없을 때 한국의 출산율은 28% 높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효과가 사라지면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저소득층에서 63%, 부유층에선 37% 줄고 저소득층 무자녀 가구 비율이 5.3%에서 0.2%로 감소한다는 결과도 도출했다. 김 교수는 “상대 비교를 통한 경쟁이 사교육비를 사회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은 수준까지 높이고, 이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라며 “그 효과는 저소득층일수록 컸다”고 설명했다.
사교육비가 1% 증가할수록 합계출산율이 0.192~0.262% 떨어진다는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정책&지식포럼에서 해당 논문을 소개한 김 교수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출산율 하락률(42.9%)의 20% 수준인 7.01~9.56%가 사교육비 증가로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사교육비 1% 증가는 둘째 자녀 출산을 0.303~0.451%, 셋째 이상 자녀는 0.522~0.809%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사교육비 지출이 늘수록 출산을 덜 하고, 그 결과 자녀당 사교육비 지출은 점점 높아지는 악순환이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초등학교 이하는 사교육을 양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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