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풍력발전' 장기화에…에너지 전환 목표 멀어진다

입력 2024-10-24 08:43   수정 2024-10-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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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발전 업계의 위기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풍력 터빈 설치가 지연되면서 현재 청정 에너지 배치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기후 회담에서 130개국 이상의 지도자들은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용량을 세 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문제 중 하나는 풍력이다"고 블룸버그NEF의 올리버 메트칼프 풍력 연구 책임자는 말했다. 그는 "풍력 업계의 느린 확장이 재생 에너지 목표 세 배 달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전만 해도 태양광과 풍력 설치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후 중국의 대규모 제조 용량 투자로 인해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태양광 용량이 풍력 용량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태양광 용량이 세 배 이상 성장하는 동안 풍력 용량은 두 배 느는 데 그쳤다. 이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설치는 전년 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풍력은 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독일 재생 에너지 기업 RWE의 해상 풍력 사업 책임자인 스벤 우터뫼흘렌은 "풍력 산업에는 장비 공급 부족, 전력망 용량 부족, 허가 문제 등 여러 병목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풍력 산업에서는 조금 더 긍정적인 신호가 있긴 하지만, 해상 풍력에서는 리드 타임(개발 기간)이 길어서 긍정적인 변화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NEF는 "태양광은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용량의 90% 이상을 2030년이면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풍력은 같은 기간 필요한 총량의 약 7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재생 에너지의 양대 기술인 태양광과 풍력은 큰 차이를 갖고 있으며, 이 같은 차이는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태양빛이 부족한 겨울철에 풍력은 강해진다는 점에서다. 풍력 터빈은 태양광 패널보다 연중 더 많은 시간을 가동한다.

하지만 태양광 장비는 보통 작고 가볍다. 한두 사람이 장비 없이 운반할 수 있을 정도다. 지붕, 들판, 주차장 등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일조량은 주로 위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예측하기도 쉽다. 반면 풍력 터빈은 크기가 단점이다.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여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크기가 계속 커지고 있다.

터빈, 타워, 블레이드 등이 너무 커져서 생산 과정 전반에 걸쳐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거대한 크레인, 비행기, 선박 등이 풍력 발전소를 운반하고 설치하는 데 동원된다. 풍력 터빈의 주요 부품인 철강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높은 차입 비용 등이 최근 몇 년간 풍력 프로젝트의 비용을 증가시킨 것도 문제다.

블룸버그NEF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과 독일에서 새로운 육상 풍력 발전소의 전력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2021년의 최저치보다 약 40% 증가했고, 유럽 최대의 풍력 시장인 독일에서는 2019년 최저치보다 35% 증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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