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명품에는 공통점이 많다. 아티스트의 장인 정신에 의해 탄생한다는 것, 돈이 흐르는 곳에 모인다는 것. 그리고 그 길이 프랑스 파리로 통한다는 것. 루이비통과 겔랑,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 전 세계 ‘큰손’들을 불러 모은 아트 바젤 파리와 손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가세한 올 10월 ‘파리 아트 위크’에선 한국 작가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겔랑은 이우환 화백과 컬래버(협업)한 한정판 향수를 선보였고, 루이비통과 미우미우는 각각 기획한 특별 전시를 통해 서도호, 정금형 등을 소개했다.
이우환 화백은 순백의 향수 용기 겉면에 초록색 붓질을 해 넣었다. 자연과 재생, 균형을 상징하는 녹색을 통해 환경 보호에 관한 작가와 겔랑의 철학을 표현했다. 겔랑의 조향사인 델핀 젤크가 산의 맑은 공기와 난초의 부드러움을 떠올리며 만든 향수가 담겼다. 향수를 담은 그릇은 프랑스의 럭셔리 도자기 브랜드 메종 베르나르도가 디자인했다.
겔랑은 동시대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특별 전시도 기획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겔랑 부티크에서 열린 ‘굿 모닝 코리아’ 전시다. 백남준, 박서보, 이배 등 한국 작가 17명의 작품을 걸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게리가 설계한 파리 외곽의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에 가면 서도호 작가의 ‘22번가 348번지’(2003)를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들을 한곳에 모은 그룹전 ‘팝 포에버: 톰 웨슬만 &…’ 전시 중 한 작품. 서 작가가 미국 뉴욕에서 살던 건물의 화장실을 천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재현한 설치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30여 개의 전시작 중엔 한국의 행위예술가 정금형의 영상 작업도 포함됐다. 정금형은 인형과 마네킹, 기계 등 다양한 사물을 통해 여성의 신체를 탐구하는 행위예술가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지난해 가을·겨울 미우미우 컬렉션 쇼를 위해 미우미우의 옷과 원단을 활용해 제작한 영상을 함께 상영했다.
파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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