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3100억 손실' 골칫거리 손 본다

입력 2024-10-25 08:09   수정 2024-10-25 10:47

이 기사는 10월 25일 08: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이하 오일뱅크)가 일본 코스모오일과의 합작사인 HD현대코스모를 합병하기로 했다. HD현대코스모는 최근 4년 동안 누적 손실이 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부실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일뱅크는 오는 다음 달 1일 일본 코스모오일로부터 현대코스모 지분 50%를 1450억원에 인수한다. 오일뱅크는 이번 매입으로 현대코스모 지분이 50%에서 100%로 늘어나게 된다. 오일뱅크는 오는 12월 30일에 100% 자회사가 되는 현대코스모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비율은 1대0이다.

오일뱅크 관계자는 합병 목적에 대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며 "HD현대케미칼과 HD현대코스모로 이어지는 화학 사업의 생산·공급 구조의 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흡수합병한 뒤 현대코스모 사업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오일뱅크는 2009년 일본 정유업체인 코스모오일과 50대 50의 합작비율로 현대코스모를 세웠다. 오일뱅크와 코스모오일은 함께 6000억원을 현대코스모에 투입했다. 현대코스모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10년 오일뱅크의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화학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BTX는 플라스틱 용기, 합성수지,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다.

현대코스모는 화학사업을 바탕으로 2018년에 매출 2조9893억원, 영업이익으로 1681억원을 찍는 등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2020년에 8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누적으로 31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이 BTX 등의 공급을 늘리면서 제품 가격이 급격히 내려간 영향이다. 영업손실이 깊어지면서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결손금이 2685억원에 달했다. 적자가 쌓이자 결국 회사를 수술대에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코스모를 수술대에 올린 것은 오일뱅크의 나빠진 재무구조와도 맞물린다. 정유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229.5%로 작년 말보다 24.1%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36.3%에서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총차입금은 8조221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000억원가량 불었다.

이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10월에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2500억원어치도 발행했다. 영구채는 발행액만큼을 자본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채권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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