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꽉 막힌 푸드테크…수년째 손놓은 국회

입력 2024-10-24 17:47   수정 2024-10-25 01:38

온라인 식품 유통업체 컬리와 오아시스, 농산물 무역 데이터업체 트릿지. 이들 세 기업의 공통점은 푸드테크 분야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라는 것이다. 컬리는 한때 몸값이 4조원까지 뛰었고 트릿지는 3조6000억원, 오아시스는 1조2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은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기업가치 평가액이 크게 줄었다. 장외시장에서 컬리는 시가총액이 약 3800억원, 오아시스는 약 35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트릿지는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 조리로봇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선두 업체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정도로 푸드테크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며 “정부 지원 사업이 많이 줄어든 가운데 자금 시장도 경색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육성하고 있는 국내 푸드테크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푸드테크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근거법인 ‘푸드테크산업 육성법’ 제정이 시급하지만, 국회가 입법에 수년째 손을 놓고 있어 산업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전하는 푸드테크 지원책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푸드테크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푸드테크 전용 펀드 조성, 연구개발(R&D) 지원, 전문 인력 양성,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푸드테크를 국내 농식품산업의 성장 발판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내놨다. 2027년까지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을 30개로 늘려 2022년 5억달러이던 수출을 2027년 2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포배양식품 생산, 식품 업사이클링 등 10대 기술을 선정해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문제는 이런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할 근거법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존의 ‘식품산업진흥법’을 근거 삼아 푸드테크산업 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식품산업진흥법이 정의하는 식품의 범위가 농축산물을 원료로 하는 식품에 한정돼 있어서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세포배양 식품, 조리로봇 등 비식품 분야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푸드테크산업은 미래 유망 신산업인데도 관련 법이 없어 뚜렷한 지원 체계 없이 관련 사업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드테크 육성 속도 내는 선진국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정부 차원에서 푸드테크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2020 국가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해 푸드테크 관련 규제 완화 및 기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EU는 R&D 지원 사업인 ‘호라이즌 유럽’(2021~2027)을 통해 식품, 농업 등에 약 89억유로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푸드테크산업 육성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 방식으로 상임위원회 의결까지 거쳤지만 여야 정쟁에 뒷전으로 밀리면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5년마다 푸드테크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푸드테크 전문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및 해외 진출 촉진 △금융 및 재정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푸드테크산업 육성법은 여야는 물론 부처 간 쟁점이 없고 산업계의 요구가 큰 법”이라며 “전담 기관 지정을 통해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예산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속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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