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그림자 규제’ 잣대로 상장 기업의 바이오벤처 투자를 막아서고 있다. 올 들어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공시 규제까지 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거래소의 과잉 규제로 더욱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사 지피씨알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하이트론으로부터 100억원을 조달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트론은 지난 9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지피씨알 출자 및 지분 맞교환을 결정했지만 거래소 공시부에 막혔다.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 및 주요 벤처캐피털이 보유한 지피씨알 지분을 받아온 뒤 신 대표가 반년 이후 하이트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상장 규정상 우회상장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우회상장 의도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하이트론과 지피씨알은 신 대표가 최대주주에 오르지 않도록 거래 구조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거래소는 요지부동이었다. 애초 우회상장을 의도했다는 이유로 우회상장 심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거래소는 거래 구조를 어떻게 변경하더라도 최초 거래에 우회상장 의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거래를 막고 있다.
지피씨알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6월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자진 철회했다. 임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하이트론과 손잡았다. 하지만 거래소가 막아서면서 자금 유치는 불확실해졌다. 거래소가 IPO에 이어 자금 유치도 막은 셈이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규정이 있음에도 질적 심사라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행위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거래나 회사 합병 등이 이뤄지면 그때 우회상장 심사를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우회상장으로 판단되면 거래소 권한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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