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내수가 다소 회복했지만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뒷걸음질 쳤다. 당초 예상한 3분기 성장률 0.5%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장 쇼크’가 나타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의 상당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2분기 -0.2%의 역성장을 거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증가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0.5%로 전망했다.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5%였다. 이 역시 전망치(2.0%)를 0.5%포인트 밑돌았다.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2022년 4분기(-3.7%) 이후 1년9개월 만에 뒷걸음질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이 조정받아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자동차와 화학 등 비(非)IT 부문의 수출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부진한 결과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민간소비는 아이폰16 등 휴대폰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전 분기 대비 0.5% 늘었다. 정부 소비는 건강보험급여 지출을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6.9% 늘어나며 건설투자 감소분(-2.8%)을 상쇄했다.
3분기 경제 부진으로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2.4%)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더딘 소비 회복에 수출도 흔들…"올 성장률 상당폭 하향 불가피"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집계됐다. 2분기 0.5%포인트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수출이 성장에 악영향을 준 것은 2022년 4분기 -1.5%포인트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3분기 성장률이 0.1%인 것을 고려할 때 수출이 전 분기 대비 보합세만 보였어도 성장률이 0.3%가 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수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출이 쪼그라들어 2분기 -0.1%이던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로 감소 폭이 커졌다. 대외 부문이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수출 부진은 반도체 등 IT와 비IT부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IT부문은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증가 폭은 둔화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수출 호조가 다소 조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IT부문의 부진은 더 심화하고 있다. 자동차와 화학 등이 특히 부진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 국장은 “자동차는 완성차·부품업체들이 파업을 했고, 시설보수 공사로 수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3분기 한국GM과 현대모비스 계열 부품사의 파업으로 빚어진 생산 차질이 휴가철 이후 회복되지 못한 것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화학, 전기장비 업종의 부진도 자동차와 관련이 깊다. 그는 “전기차 수요 축소에 따라 배터리, 소재, 2차전지 등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투자도 호조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성장률에 0.6%포인트 기여했다. 반도체 조정기에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장비 투자를 확대해 기계류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항공기 투자도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이 모두 부진하며 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내렸다.
한은은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모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2분기 -0.2% 성장률은 1분기 1.3% 성장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양호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침체 위기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분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경제가 아예 성장하지 못해 0%대 성장률이 나오더라도 연간으로 2%대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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