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절을 넘어선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SK하이닉스에 안겨준 일등공신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를 꽉 잡은 덕분에 올 3분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넘게 늘었다.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은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일각에서 제기한 HBM 수요 둔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AI 반도체 수요는 예상보다 더 늘고 공급은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독주’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HBM에서만 2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범용 D램이 들어가는 모바일과 PC용 수요는 부진했지만, HBM이 장착되는 AI 서버 투자가 증가해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급증했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는 HBM 매 출 비중이 40%에 이를 것”이라며 “예정대로 4분기 중 최신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D램 마케팅 담당(부사장)은 “고객사들의 AI 투자계획을 감안할 때 HBM 수요 둔화는 시기상조”라며 “HBM 개발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공급 과잉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각각 52.5%, 42.4%로 10.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값비싼 최신 제품(HBM3E)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삼성전자는 HBM2E 등 수익성 낮은 구형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 나오는 HBM4(6세대)가 메모리 3사의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 전담팀을 꾸리고 HBM4 개발에 들어가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HBM4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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