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북한군 활동 따라 검토"

입력 2024-10-24 18:37   수정 2024-10-25 01:42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북·러가 군사 협력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에 단계별로 필요 조치”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국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은 인도적 측면에서 그동안 쭉 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에 파병한다면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러 군사협력 단계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수준을 높이는 방안은 지난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먼저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건 처음이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단계별로 앞으로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고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맨 마지막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공 체계, 155㎜ 포탄 등의 지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협력 심화키로
윤 대통령은 이날 두다 대통령과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은) 유엔 헌장과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러 군사협력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2022년 맺은 442억달러 규모의 방산 협력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당시 폴란드는 1차 계약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48대, 현대로템의 K2 전차 180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212문, 천무 다연장로켓 218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 152문 및 천무 72대는 2차 구매 계약도 마쳤다.

2차 계약이 남은 70억달러 규모의 K2 전차는 연내 계약이 최종 타결되도록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3박4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두다 대통령은 25일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찾을 계획이다.
○美 “북 전장 배치 시 우크라 표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 전략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 이어 다시 한번 북한의 파병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커비 보좌관은 이어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데 배치된다면 그들은 정당한 사냥감, 정당한 표적”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듯이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파병된 북한군에게 투항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는 국적, 종교, 이념과 관계없이 모든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항복하라! 우크라이나는 여러분에게 쉼터, 식량, 따뜻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하원은 24일 지난 6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양길성/김동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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