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한 살 늘어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4%포인트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명 연장으로 젊은 층의 주택 취득 수요가 커짐에 따라 가계가 더 많은 빚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5일 한국재정학회가 주최한 추계 정기학술대회에서 '기대수명 증가가 가계부채의 추세적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연구 결과,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는 가계부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은퇴 연령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대수명 증가로 퇴직 후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축적 수요가 커진다. 이때 45세 이상 중·고령층은 이미 주택보유비율이 높고 잔여수명이 짧아 거래비용이 큰 주택자산보다는 예·적금 등 금융자산 위주로 자산을 축적한다.
반면 잔여수명이 긴 45세 미만 청·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주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고령층이 은행 등에 저축한 금융자산을 빌려 주택 자산을 취득한다. 이 과정에서 주택 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불어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가계부채는 청년층에서 확대됐다"며 "인구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한 살 증가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3.9%포인트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예측됐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저출생 여파로 청·장년층이 감소하면 차입을 통해 주택을 취득하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 가계부채 비율이 안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를 뜻하는 노년부양비가 1%포인트 상승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0.7%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김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는 시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완을 통해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추세는 인구구조 변화를 비롯한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장기화하면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다"며 "총량 목표 설정보다는 차주별 건전성 위주로 관리하는 등 건전성 관리가 미흡한 부분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