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 전국 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면서 가을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산림청이 예상한 단풍 절정 시기에 다가오면서 이번 주말 주요 단풍 명소에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가을 단풍 여행을 일찍 준비했던 여행객들은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잡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유독 길었던 여름 폭염에 예년보다 3~6일가량 단풍이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상 단풍의 시작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물들었을 때로 본다. 단풍 명소 설악산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월에 첫 단풍이 들었다. 올해 이처럼 단풍이 늦어지면서 "단풍 여행을 왔는데 산은 아직 여름 같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산림청이 예상한 단풍 절정 시기는 오는 28~31일. 단풍 절정은 단풍 시작 이후 20일 정도 지나 80%가 물든 때를 가리킨다. 한국관광공사는 본격 단풍 여행 수요 증가에 앞서 '낙엽 밟으며 걷는 길'이란 주제로 11월에 가볼 만한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공사의 추천 여행지는 △가을빛 보러 가자, 포천 국립수목원(경기 포천) △'바스락바스락' 만추의 산책, 오대산 선재길 & 밀브릿지(강원 평창) △발끝에 흩어진, 가을이었다.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대전 서구)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함양 상림(경남 함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의 화려한 도열, 나주 전라남도산림연구원(전남 나주) 5곳이다.
포천 국립수목원은 운악산과 용암산 사이에 자리한 곳으로 면적만 11.24㎢에 달한다. 하루 만에 전체를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넓다. 숲생태관찰로와 휴게광장, 육림호 주변, 전나무숲길 등 국립수목원 남쪽 산책로가 가을 풍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숲생태관찰로는 천연림에 460m 길이 덱을 조성한 관찰 코스다. 육림호 주변 숲길을 걸으면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오는 전나무숲길에서는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삼림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수목원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는 광릉이 자리한다. 조선 7대 왕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곳이다. 차로 10여 분 이동하면 고모저수지까지 둘러볼 수 있다.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이다.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들이 두 절을 오가던 길인데, 월정사는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를 지나면 선재길 본 구간이 시작된다.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 길 등 약 9km 코스는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조성됐다.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도 산책하기 좋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평창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실버벨교회와 대관령 목장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삼양라운드힐도 오대산 선재길 인근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실버벨 교회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이며 삼양라운드힐은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 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인기다.
대전에 위치한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가 장관을 이룬다.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활엽수 단풍이 질 무렵에 뒤늦게 든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지상 10~16m 높이의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다. 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140m 길이 출렁다리,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스카이웨이 끝에는 높이 27m 스카이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경남 함양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 '함양 상림'을 추천한다. 활엽수 120여종, 2만여 그루가 울창하다. 잎이 넓고 키가 큰 개서어나무와 품이 넓은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1.6km의 산책길 사이사이 서 있다. 다른 수종인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합쳐진 '연리목'이 독특한 볼거리다. 숲으로 들어서는 곳엔 함화루가 있고 함양 최치원 신도비도 볼 수 있다.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음악분수, 지역 특산물인 산삼을 주제로 한 전시관 등 다채로운 시설들이 있다.
나주시에 자리한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내에는 '빛가람 치유의 숲'이 조성돼 있다. 이 숲은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으로 현재 무료 개방했다. 이곳에는 1000여 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기에도 좋다. 가을에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연구원은 이곳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림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건강 측정 장비, 아로마 테라피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간단하게 숲 이야기를 들려주는 숲 해설도 진행된다.
관광공사 측은 "여행지 방문 시 기상이나 현지 사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개방 여부·시간·관람방법 등 세부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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