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인공지능(AI) 관련주 주가가 올초부터 장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각 산업분야에 걸쳐 ‘AI 대전환’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AI 붐이라는데…내리막만 타는 네카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들어 평균 31.6% 하락했다. 카카오는 36.96%, 네이버는 26.24% 주저앉았다.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중견·중소 정보기술(IT) 기업 주가 사정도 비슷하다. 마음AI는 올초 대비 주가가 61.85% 빠졌다. 같은 기간 코난테크놀로지는 57.58, 솔트룩스는 33.37% 내렸다. 국내 AI 관련 상장사들의 주가 부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AI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 국내에서 유의미한 매출액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로컬(지역 특화) 서비스도 뾰족한 것이 없는 상태다.
각 기업들은 각각 AI를 기반으로 지식 정보 요약, 검색, 개인 비서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자리잡을 만큼 호평받은 서비스는 아직까진 없다. 대부분이 유의미한 이용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챗GPT를 비롯한 글로벌 AI 서비스 대비 경쟁력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빅테크의 AI 모델이 한국어 데이터를 금방 섭렵할 수 있는 까닭에 한국어에 특화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 되기 어려워서다.
자체 사업에 활용 중인 AI 성과도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IT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광고 개인화 등에 AI를 쓰고 있다. 이용자가 소비할 확률이 높은 광고나 콘텐츠·상품을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아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각 기업이 기존에도 데이터 분석 기반 개인화 광고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로 개인화 광고를 고도화하면서 플랫폼이 얻는 거래 수수료 등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기존 구매율을 확 증가시키는 등의 성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했다.
국내 AI 상장사, ‘샌드위치 형국’ 우려
일각에선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할 수록 신규 사업자들이 등장해 기성 상장사 등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 수많은 사업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처럼 시장 전반의 재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기술은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비용 장벽을 확 낮추는 게 특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신규 도전자들이 기성 기업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성 기업들이 강도높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AI 혁명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선두를 차지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공세도 무섭다.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앤스로픽, 어도비 등이 잇따라 새로운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 22일엔 앤스로픽이 사람의 컴퓨터 사용 패턴을 모방해 복잡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클로드 소네트 3.5’를 공개했다. MS는 다음달 중 자사 생성형 AI 서비스 ‘코파일럿 스튜디오’에서 사용자가 AI 에이전트를 직접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B2B 틈새시장 ‘일단 공략’”
국내 AI 상장사들은 일단 국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솟아날 구멍’으로 보고 있다. 정부 주도 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사업은 보안과 산업 진흥 등을 이유로 글로벌 서비스 대비 국내 서비스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상장사들이 틈새시장을 먼저 공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자취를 넓혀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외국 AI 모델이 끼어들기 힘든 정부·공공기관 등에 서비스를 납품하고,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 시장으로 확장하는 식”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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