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에 모처럼 활력이 돌고 있다. 중국 경기 부양책에 증시가 살아나자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지 거래소 역시 상장 승인 기간을 단축하는 등 증시 활황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27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현지 IPO 대어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로봇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이하 호라이즌)가 지난 24일 상장을 통해 54억7000만홍콩달러(약 9780억원)를 조달했다. 올해 홍콩 증시에 입성한 기술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파악된다. 상장 첫날 주가는 장중 공모가 대비 37% 넘게 뛰었다. 한때 위카이 호라이즌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은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호라이즌은 자율주행용 AI 반도체와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로 바이두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위카이가 2015년 설립한 회사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과거 폭스바겐으로부터 24억유로(약 3조3600억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현지 빅테크와 프랑스 해운사 CMA CGM 등이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기초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중국 국유 음료업체 화룬음료 역시 상장으로 50억4300만홍콩달러(약 9015억원)를 수혈했다. 화룬음료는 현지 대기업인 화룬그룹의 자회사다. 생수와 차 음료 등 13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생수 브랜드 이바오에서 나온다. 강한 수요에 힘입어 청약 일정을 하루 앞당겨 마감했다.
2021년 미국 상장이 무산된 '중국 화물업계 우버' 훠라라도 홍콩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신삼판에 2015년 상장된 이력이 있는 아오지테크놀로지 역시 최근 투자설명서를 갱신하고 상장 준비에 나섰다.
하반기 홍콩 IPO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세계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미 선전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메이디가 홍콩행을 택한 이유는 글로벌 인지도 제고 및 해외 자금 유입 등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디의 상장은 2021년 2월 이후 최대 규모의 IPO라는 점에서 투자 업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중국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홍콩 IPO 회복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대출우대금리(LPR) 1년 만기를 3.10%, 5년 만기 3.60%로 전월 대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중국 당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달 24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공개한 이후 다양한 추가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 효과에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우량주를 추종하는 홍콩H지수는 지난 한 달 간 4% 넘게 상승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3% 이상 뛰었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 기업이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 글로벌 자금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어서다.
모처럼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규제 당국 역시 상장 승인 기간을 단축하는 등 IPO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8일 홍콩증권선물위원회와 홍콩 증권거래소는 신규 상장에 대한 검토 및 승인 절차와 관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현지 증권선물위원회 측은 "상장 승인 절차 개선을 통해 홍콩 자본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