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이날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해 관련 사업자 40곳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처럼 쓰이지만 현재 거래 목적이나 정보를 보고할 의무는 없다. 달러 등 외환 거래는 사전에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사후 한국은행에 거래 정보를 보고하게 돼 있다. 이를 통해 과세 및 금융당국은 탈세와 자금세탁 등을 방지한다. 통화 및 외환당국은 자본 흐름과 유동성을 모니터링한다. 이 같은 엄격한 보고 체계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러와 마찬가지인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늘어나면 거시경제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본을 이동시켜 외환 거래가 실제보다 과소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입, 국제수지 등과 같은 통계에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가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암호화폐거래소 등에 보고 의무를 지도록 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무역 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고 못박았지만 이를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개인 지갑(암호화폐 저장 수단) 간 거래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도 “무역 대금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받았다면 이미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면서도 “지금은 적발하는 것이 완전히 확률 싸움”이라고 인정했다.
정부가 국경 간 거래 형태 중 하나로 ‘개인 지갑으로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규정한 것도 향후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을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이전한 것만으로도 해외 송금이나 외화 이동으로 간주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순한 자산 이동을 국경 간 거래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할뿐더러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정부 관리 밖으로 더욱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은 본질적으로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으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규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정부 통제 밖 거래를 부추겨 외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는 다음달 출범할 예정인 금융위원회 주도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스테이블 코인
stable coin.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달러나 금 등에 가치를 연동한다.
조미현/박상용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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