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적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사가 예상 해지율을 높이면 보험료를 낮춰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를 적게 추정해 CSM을 크게 잡는 효과도 있다. 단기 실적에 매몰된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추정해 미래로 리스크를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납입 완료 시점의 해지율을 0%에 수렴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현재 보험사가 추정하는 해지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적용된다. 그 결과 보험사의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모두 크게 악화한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단기납 종신보험과 관련해 각각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보험사로부터 재무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해당 상품을 많이 팔고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적용한 회사일수록 타격이 크다. 무·저해지 보험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대형 손보사 A사와 B사의 최선추정부채(BEL)가 각각 1조4000억원, 9000억원가량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EL 증가분은 CSM과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매각을 추진 중인 손보사 C사는 CSM이 최대 30%가량 급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안을 적용하면 업계 충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예상과 달리 미래 해지율이 높다면 누가 책임을 질 건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수적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무·저해지 보험의 보험료가 30% 넘게 오를 수 있다”며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최종 발표를 앞두고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지막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에 마련되는 IFRS17 제도 개선안은 올 연말 결산부터 적용한다.
서형교/최한종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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