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한 것 맞나요?...실손보험 간소화, '반쪽 제도' 논란

입력 2024-10-26 12:46   수정 2024-10-26 18:11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전산화)가 25일부터 시행됐다.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따로 진단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실손보험금이 청구되는 것이다. 다만 대상 의료기관 참여율이 50%대에 그치면서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환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서비스다. 환자가 이를 요청하면 요양기관(병·의원 및 약국)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산으로 전송함으로써 보험금 청구를 받을 수 있다.

병상 30개 이상 병원과 보건소에서는 이날부터, 병상 30개 미만의 의원과 약국에서는 내년 10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한다.

문제는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4일 기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대상 기관 7725개 중 4223개였다. 참여율은 54.7%에 그쳤다.

참여율이 낮은 주된 요인으로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해 필요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도입 비용이 꼽힌다.

EMR은 환자 진료기록 등을 전자문서로 작성·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손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게 하려면 병원이 EMR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형병원의 경우 자체 EMR이 있지만 중소형 병원은 상용 EMR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EMR 업체와 보험업계 간 비용 부담 이견으로 상용 EMR을 쓰는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최근 보험업계가 시스템 구축비, 확산비 등에 약 1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EMR 업체와의 협상에 진전이 생기면서 9월 말 이후 400개 이상의 병원이 추가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기관별 참여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47개)과 보건소(3490개)는 100% 참여했다. 종합병원은 331개 중 214개가 참여해 64.7%의 참여율을 나타냈다. 일반·요양·정신·치과·한방 등 병원은 3857개 중 12.2%에 불과한 472개만 참여를 결정했다.

그나마도 전산 준비를 마치고 이날부터 실제 실손보험 청구가 전산으로 가능한 병원은 210개에 그치는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 청구 절차를 간편하게 하고 그간 포기됐던 소액보험금을 보험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로서 준비 과정 속 다양한 이견 속에서도 국민만 보고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청구 전산화를 온전히 체감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소통을 강화해 참여 병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참여를 확정한 병원의 경우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인 '실손24'와의 연내 연계를 마무리하게 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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