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몇십억이나 더 싼데 "세금 더 냈다"…황당한 사실

입력 2024-10-27 07:18   수정 2024-10-27 08:11


거래량이 적은 부동산은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현행 제도 탓에 초고가 부동산이 거래가 활발한 중형 아파트보다 세금을 적게 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 박수영 의원이 27일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실거래가 상위 아파트 10곳의 시세와 기준시가와의 괴리율은 낮게는 30%부터 많게는 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는 지난 7월 220억원에 거래됐지만, 기준시가는 86억원에 불과해 괴리율이 60.9%에 달했다. 거래가 드물다는 이유로 상속·증여세를 낼 때 86억원에 해당하는 세금만 내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5㎡도 지난 8월 180억원에 팔렸지만, 기준시가 75억원에 그쳐 괴리율이 58.3%였다.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도 지난 7월 실거래가 145억원을 기록했지만, 기준시가 59억원에 불과해 괴리율이 59.3%였다.

상위 10곳 중 가장 괴리율이 낮은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4㎡마저도 이달 실거래가 103억원, 기준시가는 72억원으로 괴리율이 30.1%였다.

이런 초고가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거래 빈도가 낮고 개별적 특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시세에 비해 낮은 기준시가(통상 시가의 60% 수준)로 재산을 평가해 신고한다.

국토교통부 공개시스템을 이용해 유사 재산의 실거래가를 추정할 수는 있으나, 초고가 부동산의 경우 개별 특성이 강한 탓에 층수, 전망, 남향 여부 등 객관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르면 같은 금액으로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서 시행규칙상 유사 재산 요건은 갖췄으나 창문 개수, 창문 방향, 인테리어 여부 등을 고려해 유사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거래가-기준시가 괴리 문제로 인해 거래가 활발한 중형 고가 아파트가 대형 초고가 부동산보다 세금을 더 내는 세금 역전 현상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초고가 대형 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223.6㎡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시가가 산정되지 않아 기준시가(37억원)를 기준으로 과세하면 증여세는 13억7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84㎡는 기준시가는 타워팰리스 전용 223.6㎡보다 낮은 25억원이지만, 거래가 많아 시가(40억원)로 과세하기에 증여세는 15억2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더 내야 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기준시가는 25억원이지만 시가는 43억원이다. 증여세는 시가 기준으로 16억7000만원이 부과돼 타워팰리스 전용 223.6㎡보다 3억원 더 과세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 의원은 "초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고급 단독주택도 비교 대상 물건이 없어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 신고 비율이 높은 실정"이라며 "주거용 부동산도 실거래가 산정을 위해 국세청 부동산감정평가 사업을 더 확대하고 과세형평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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