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으로 지정되려면 충족해야 하는 매출 기준(연 5억원 이상)이 폐지된다. 여권의 로마자 성명 표기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도 완화된다.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4일 유일호 공동위원장 주재로 전체 회의를 열어 '2024년 재검토기한 도래 규제심사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행정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할 때마다 최장 5년의 재검토 기한을 설정하고, 이 기한이 도래하면 규제의 적정성을 검토해 정비하고 있다.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불필요한 규제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규제개혁위는 올해 재검토 기한이 도래한 740건을 심사해 규제 191건을 정비하기로 의결했다. 우선 △ 연간 매출 5억원 이상 △ 로봇 분야 매출 50% 이상 등인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 지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국내 로봇 기업들의 규모에 비해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규제개혁위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매출 기준 삭제, 매출 구간별로 로봇 매출 비중 설정, 연구·개발(R&D) 비중 인정 등 지정기준을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기준도 완화될 전망이다. 여권의 로마자 성명이 한글 성명의 발음과 일치하지 않아 여권의 성명 표기를 바꾸려고 해도, 해당 성 또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1% 이상 또는 1만명 이상이 사용 중인 경우는 이를 변경할 수 없다.
예컨대 견 모 씨는 여권 로마자 성 표기로 'KYEN'을 사용 중인데 한글 발음과 차이가 커서 해외 출장 때마다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견 씨가 사용 중인 'KYUN'으로 여권 표기를 바꾸려 했지만, 견 씨 중 'KYEN'을 사용하는 사람이 1%(12명)를 넘어 변경할 수 없었다. 규제개혁위는 외교부에 성씨별 인구수 등을 토대로 로마자 성명 변경의 제한 기준을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학점 은행제의 학사 취득 학점 기준도 낮아진다. 학점 은행제를 통해 대학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사 140학점, 전문학사 8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최근 대학 및 전문대학의 졸업 이수 학점이 완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학점 은행제 학위 수여 기준 학점을 각각 130학점, 75학점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학 도서관의 시설 규모와 구비 도서 수에 대한 획일적 기준을 자율화한다. 현재 대학 도서관은 재학생 1명당 연면적 1.2㎡ 이상의 시설을 확보하고, 학생당 연간 2권(전문대학은 1권) 이상의 책을 매년 추가로 구비해야 한다. 규제개혁위는 디지털화, 전자도서관 확대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해 획일적인 기준 대신 인센티브 방식의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위원회는 입원실 내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는데도 입원실에 별도의 손 씻기 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정신 의료 기관 시설 기준을 완화하고, 전국 380여 대학의 도서관 사서·직원 등 약 2400여명을 대상으로 매년 27시간 이상 실시토록 한 교육훈련 규정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규제개혁위는 191건의 규제 정비를 위한 개선 권고 외에 규제 목적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항에 대한 부대 권고도 내놨다. 약국 외 편의점 등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한 법률상 요건인 '24시간 연중무휴' 기준에 대해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여 개선방안을 검토토록 하고, 공공기관 냉난방 온도 제한도 효과 분석을 거쳐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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