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짖어봐" 경비원에 갑질 입주민…"위자료 2000만원"

입력 2024-10-27 13:32   수정 2024-10-27 15:19


아파트 경비 및 관리사무소 노동자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은 입주민에게 피해자 1인당 최대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이아영 판사는 지난 8월 28일 입주민 이모씨가 관리사무소장 A씨와 관리사무소 직원 B씨에게 각 2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씨가 피해자들을 해고하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하며 소를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해서도 이씨가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이씨는 2019년부터 경비와 미화, 관리사무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 부당 지시를 반복해 10여명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이 씨는 아파트 내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경비원들에게 흡연구역을 10분마다 순찰하라고 지시하거나 상가 에어컨 청소, 개인 택배 배달 등을 지시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겠다"며 업무태만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관리사무소장 A씨에게는 "개처럼 짖어봐라", "죽은 부모를 묘에서 꺼내와라" 등 심각한 폭언을 반복했다. 참다못한 A씨가 경찰에 피해사실을 알리자 이씨는 A씨를 찾아가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하며 소란을 피웠다. 피해사실을 같이 진술한 B씨에게는 퇴근길 뒤따라가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피해자들을 도운 입주민들과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피해자의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씨는 1심에서 폭행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해당 판결은 지난해 10월 5일 확정됐다.

이씨는 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지난 6월 28일 확정됐다. 이후 지난 8월 민사 재판에서도 1인당 최대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 판사는 "원고들(피해자들)이 피고(이씨)의 범죄 행위로 인해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이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고소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반복한 것에 대해서도 "원고들을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지난해 4월 청구 기각, 그해 9월 항소 기각, 지난 1월 상고 기각됐다.

직장갑질119는 "입주민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아파트 입주민 등 특수관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경비, 미화, 관리사무소 등 공동주택 근무 노동자들이 '갑질' 피해를 입으면 계약 종료되는 등 불리한 처우를 당하기 일쑤"라고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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