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준의 인문학과 경제]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 '동료시민'으로 함께 가야

입력 2024-10-27 17:20   수정 2024-10-28 00:11

세계에 진출한 국가들의 수도에는 늘 외국인이 넘쳐났다. 고대에서나 근대에서 자국민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지만 외국인이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말끔히 통제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대 로마 시(市)의 삶을 생생히 묘사한 1세기 시인 유베날리스는 “그리스인들로 넘치는 로마도 참기 어려운데, 시리아인까지 몰려들어와 풍속을 타락시킨다”고 개탄했다. 영국이 세계제국으로 떠오르던 18세기, 수도 런던에는 온갖 나라에서 온 외국인으로 붐볐다. 왕실부터 독일지역 하노버 공국 출신 가문 사람들이었다. 런던의 최고 음악가는 독일에서 이민 온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이었다. 그 밖에도 17세기부터 런던에는 박해를 피해 이주한 프랑스 개신교도의 주거지가 형성돼 있었고, 바다 건너 이웃인 네덜란드 사람들도 수없이 왕래하거나 귀화했다.

런던왕립거래소를 묘사한 조지프 애디슨은 1711년 쓴 글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에서 온 유럽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인도인, 러시아인이 런던 상인들과 흥정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며 자랑스러워했다. 19세기 영국이 세계 제국으로 부상하고 20세기에 제국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런던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과 그들의 후손은 더욱 많아지고 인종도 다양해졌다. 현재 런던 시장은 파키스탄 이민자 집안 출신인 사디크 칸이다.

대한민국도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까지 많은 외국인이 들어와 살고 있다. 통계상 체류 외국인 수는 증가세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종식 후 꾸준히 늘어나 2021년 3.79%에서 2022년에는 4.37%로, 지난해에는 4.89%에 이르렀다. 대학가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 눈에 띈다. 요즘 가르치고 있는 대학 강의실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은 몇 년 전부터 늘 일정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고대 로마와 근대 영국처럼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한 바 없다. 순전히 상품 수출을 통해,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대중문화 수출을 통해 세계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이 인구절벽과 고령화로 경제, 사회, 심지어 국방에서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려는 정책이 나와 있고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의 결실은 매우 불확실하고 효과 또한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노동 능력이 있는 성인 외국인이 줄어들고 늙어가는 인구의 빈자리를 채우도록 유도하는 것은 훨씬 더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법적으로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체류 허가만 얻은 사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과 이들의 자녀까지 포함된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들 모두를 우리의 이웃과 동료시민으로 생각하는 국민 정서가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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