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로선폭이 미세화해 기술력 있는 디자인하우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가 원하는 고사양 반도체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가 정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디자인하우스인 에이직랜드는 반도체 생태계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의 디자인하우스 역할이 확대되는 흐름을 적극 활용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은 세계 팹리스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직랜드는 국내 유일한 TSMC 협력사(VCA)인 만큼 미국에서도 TSMC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3·5나노 선단공정과 2.5차원(2.5D) 패키징 기술을 내재화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대만의 반도체 고급 인력을 채용해 관련 기술을 습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칩렛 기술 내재화 역시 대만 R&D센터 설립의 주요 목적이다. 칩렛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각각의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해 고성능 반도체를 만드는 패키징 기술이다. 필요에 따라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을 결합하면 되기 때문에 인공지능(AI)기업 요구에 따라 신속하게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10년간은 AI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칩렛은 AI 시대에 각광받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상반기 자사 칩렛 기술을 적용한 샘플을 내놓을 것”이라며 “우리가 칩렛 기술을 내재화했는지 이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개발 외에 대만 현지 팹리스와의 계약을 위한 영업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만 팹리스 시장은 세계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한다”며 “프런트엔드, 백엔드, 후공정 패키징에 이르는 과정을 턴키로 수주하기 위해 현지 다수 기업과 접촉 중”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 투자 건은 지난 7월 국내 팹리스 파두와 맺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데이터 저장장치) 컨트롤러 공동 설계·개발 계약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미미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턴키 수주를 늘리기 위한 지식재산(IP) 비즈니스도 확대한다. TSMC 공정을 이용하려는 국내외 팹리스 사이에서 검증된 IP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IP 설계기업 아크칩스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아크칩스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65종의 IP를 설계한 업체”라며 “매년 60개 이상의 IP를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 중인 R&D 투자를 발판 삼아 글로벌 회사로 커가는 게 회사의 목표다. 그는 “TSMC의 유일한 한국 VCA라는 건 국내에서나 강조할 수 있는 수식어”라며 “시장을 확대해 2030년에는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수원=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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